[박근혜 시대 개막] 朴 4강외교 시동… ‘신뢰’ 키워드로 안보 다진다
입력 2012-12-20 22:05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 핵심 키워드는 ‘신뢰’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신뢰 구축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 외교무대에서 신뢰받는 국가로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당선 첫날인 20일 4강 대사를 잇달아 면담한 것은 북핵 문제 해법을 동북아 평화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해결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당선인의 이런 원칙은 수년 전부터 세워져 있었다. 그는 2009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북핵 해법과 동북아 평화 구상을 처음 밝혔다. 당시 박 당선인은 “북핵 해법은 기존 틀을 넘는 포괄적인 구상이 필요하다”며 “동북아 평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위기조성→협상과 보상→또다시 위기재발→협상과 보상’이라는 20년 가까이 반복된 패턴이 더 계속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북핵 해법을 위해 6자회담 강화 및 한·미·중 3자 대화 전략대화를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의 균형외교를 통해 남북 어느 한쪽 편들기 게임이 아닌 한반도 평화 정착 협동작전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협동작전의 시발점 격인 4강 대사 접견에서 박 당선인은 시종 자신감 있고 활기찬 모습으로 2시간 가까이 면담을 이어갔다. 첫 순서인 성 김 주한 미국대사에게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코네티컷주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했고, 성 김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도 당선인을 무척 뵙길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시진핑 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한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에게는 중국어로 “셰셰(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벳쇼 코로 주한 일본 대사에게는 “새 정부와 이번 내각이 잘 협력해 한·일 관계가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박 당선인은 현 정부보다 유연한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계 개선을 위해선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취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인 ‘5·24 조치’ 해제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두 문제 모두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박 당선인 생각이다.
남북 경제협력 역시 무조건적인 ‘퍼주기’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뢰가 쌓이고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북한 취약계층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사안과 별개로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복잡다단한 북핵·대북 정책을 외교안보 부처에서 각각 추진하다보니 통일성과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청와대에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가칭)을 설치하는 구상도 내놨다.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인맥은 그동안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국가미래연구원 소속 인사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총괄하고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홍용표 한양대 교수, 유현석 경희대 교수 등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관 출신의 새누리당 현역 의원인 김종훈 심윤조 의원도 자문역을 맡고 있다.
이성규 임성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