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민생정부’] (중) 국정 정책기조

입력 2012-12-20 19:23


내년 2월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어떻게 다를까. 같은 보수 정권이라는 점에서 일부 정책은 계속 유지되겠지만 전반적인 국정 운영 기조에는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의 공(功)은 계승하되 과(過)는 과감하게 개선, 차별화된 국정 운영을 구상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현 정부가 민생을 챙기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차기 정부가 현 정부와는 다른 ‘민생 정부’가 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뛰어넘어 ‘시대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그의 국정 운영 구상은 현 정부가 활발한 외교로 국가 위상을 높이고 7대 수출국 진입 등 경제 외형지표 달성엔 성공했지만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어렵고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민생 챙기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해결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당선인이 준비된 첫 여성대통령 후보로서 제시했던 4대 국정 지표는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이다.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며,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먹고사는 민생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국민통합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현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을 차기 정부가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실용과 효율성을 내세워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폈다면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워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제민주화 추진은 경쟁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주체들이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조화롭게 커가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반 발전하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첫째, 경제적 약자에게 확실하게 도움을 주고 둘째,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거나 국민적 공감대가 미흡한 정책은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대기업집단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잘못된 점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복안이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한다는 큰 틀의 정책 방향에선 현 정부와 비슷하다. 다만 현 정부가 지나치게 한·미 동맹에 편중된 외교를 펴면서 한·중 관계가 소홀해진 점을 보완해 양국 협력관계를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박 당선인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국민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는 일자리 증가와 함께 복지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해야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만큼 일과 함께하는 복지정책을 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과 재원조달 가능성,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 모든 국민이 살 수 있는 복지를 실천키로 했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은 일방향의 ‘정부 1.0’을 넘어 쌍방향의 ‘정부 2.0’을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 시대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공개·공유·협력을 정부 운영의 핵심가치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촛불 시위로 이어지면서 국민 신뢰를 잃었던 점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또 박 당선인은 국정 중심에 국민을 놓고 국민의 요구를 해결하는 ‘서비스 정부’를 만들겠다는 국정 운영 철학도 가지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