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탕감기금 18조 조성… 가계 빚 70%까지 갚아준다

입력 2012-12-20 19:20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18조원 규모의 부채탕감 기금이 조성된다. 또 주택연금 가입연령이 대폭 낮아지고, 저소득·저신용층 등 금융약자 보호정책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를 위해 상당한 수준의 예산이 필요하고, 은행 등 금융회사의 분담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박 당선인의 정책공약집 등에 따르면 차기 정부에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가계부채 해법은 국민행복기금이다. 정부가 18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빚을 못 갚는 사람의 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사들이고 신용회복 신청자 가운데 일반 채무자는 50%,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70%까지 빚을 대신 갚아준다는 것이다.

기금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1조8000억원을 바탕으로 정부가 보증을 서고 10배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만들어진다. 박 당선인은 기금을 활용해 1인당 1000만원 안에서 금리 20% 이상인 고금리 대출을 10%대의 장기 상환 대출로 바꿔준다고 약속했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저소득·저신용층 지원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다. 정부가 재정을 풀고 금융기관도 동참하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채무 재조정, 대출 금리 인하, 신용회복 대상자 확대, 주택연금 사전 가입제도와 주택지분매각제도 도입 등이 이런 맥락에서 강조됐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제가 도입되면 주택연금 가입 연령은 기존 만 60세에서 만 50세로 앞당겨진다. 고령화 시대에 조기 퇴직으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대책이다. 하지만 연금 재정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 가입 연령은 50세 중반 수준으로 절충될 수도 있다.

하우스푸어 대책인 주택지분매각제는 집주인이 주택 지분의 일부를 공공기관에 팔아 받은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은행권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임대)을 공공영역으로 편입시키는 셈이다. 박 당선인은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로 부담하는 대신 대출이자는 세입자가 내는 새로운 전세제도도 내놨다. 전세보증금 면세 및 대출이자 소득공제 등으로 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현금서비스·카드론 수수료 인하,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 현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금융정책은 차기 정부에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을 향후 5년간 5%까지 제한할 계획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는 축소된다.

불황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들이 관철되면 금융권 전체가 떠안을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정책은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도입을 유보하거나 다소 신중하게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대규모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키코(KIKO) 사태 등으로 감독 소홀 비판을 받은 금융감독 체계가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된다.

박 당선인은 금융위원회의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대부업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원에 부여할 방침이다. 현재 대부업 감독은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다. 금융위가 금융부로 기능·조직이 커지고,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 기구와 소비자 보호 기구로 분할될 수 있다.

금융부는 기존 금융위에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국이 합쳐져 국내외 금융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