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개막] MB “성공한 정부 될 수있게 인수인계 적극 협조”
입력 2012-12-20 19:18
전날 저녁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효과적인 (정권) 인수인계가 될 수 있도록 청와대 수석실이 직접 챙겨달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에서 별도의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성공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라”고 주문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당선인 측과 최대한 협조해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새 정부가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각종 자료를 최대한 넘길 방침”이라고 했다.
지난 5년간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관계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이었다. 2007년 8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혈투를 벌였던 두 사람 간 감정의 골은 이후에도 회복될 줄 몰랐다. 2008년 4월 총선에서 친이명박계 중심의 당 지도부가 친박근혜계 인사들을 대거 탈락시키는 ‘학살 공천’을 행하자 박 당선인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을 남기고 정치적 칩거에 들어갔다.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했지만, 60여명의 친박계 의원들은 똘똘 뭉쳐 정부 입법안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여당 내 야당’이란 소리를 들었다. 2010년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자 박 당선인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서 내재됐던 갈등은 폭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춘다”고 하자 박 당선인은 “집안에 한 사람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받아쳤다.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로 악화일로였던 관계는 그해 8월 청와대에서 두 사람이 단독 회동하면서 서서히 협력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이 대통령은 개각 과정에 친박계 핵심인 유정복 최경환 의원을 장관으로, 박 당선인과 가까웠던 정진석 전 의원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했다. 올해 9월에는 다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단독 청와대 회동이 이뤄졌다.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박 당선인의 대권 행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보수 결집 계기를 마련했고 박 당선인은 당 안팎의 대통령 탈당 요구를 일축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당적을 버리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 됐다.
두 사람은 다음 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하금열 대통령실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로 박 당선인을 찾아가 이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하 실장은 “다시 한 번 축하하고 건강에 유의하시라”는 이 대통령 메시지와 함께 회동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