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도 불안… 난민캠프도 불안… 두번 우는 팔레스타인 난민들
입력 2012-12-20 19:03
시리아 내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충돌이 벌어진 지 사흘 만에 최소 10만명이 캠프를 떠났다고 AFP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라 없이 떠도는 난민이 타국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또다시 거처를 잃은 것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 리사 길리엄 부대표는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의 야르무크 난민 캠프를 공습한 뒤 사람들이 무리 지어 떠나고 있다”며 “약 15만명의 난민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정부군 전투기가 야르무크 난민 캠프를 공습해 최소 8명이 숨졌다. 지난해 3월 시리아 사태가 시작된 이후 이곳에 대한 첫 공습이었다. 공습에 뒤이어 반군과 친정부 민간부대가 비좁은 캠프에 들어와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UNRWA는 급작스럽게 떠난 난민 10만명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길리엄 부대표는 “팔레스타인 난민은 역사적으로 늘 너무 쉽게 희생양이나 표적이 되곤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시리아 사태 이전부터 팔레스타인 난민 53만명이 시리아 전역에 거주했고, 이 가운데 약 70%는 다마스쿠스 인근에 분포했다.
이곳을 떠난 사람들은 딱히 갈 곳이 없다. 주변국은 전쟁을 피해 떠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면서도, 팔레스타인 난민은 반기지 않는다. 자칫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이슬람 수니파인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유입될 경우 자국의 종교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길리엄 부대표는 “팔레스타인 난민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 없는 중립적 존재”라며 “주변국에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오갈 데 없는 난민을 받아들이길 원하지만 이스라엘 동의가 필요하다. 팔레스타인의 인구 증가를 원치 않는 이스라엘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이 이들을 자치 영토에 데려오기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요청했다고 팔레스타인 관영통신 와파가 이날 보도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