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로 공사 구간 질주 19억원 보험사기… 외제차 이용 고의 사고내

입력 2012-12-20 19:03

벤츠를 모는 A씨는 2010년 1월부터 1년 동안 12건의 자동차 사고로 보험금 1억5000만원을 탔다. 3건은 목격자가 없는 밤중에 일어났다. A씨는 상하수도 공사구간, 도로공사 구간을 지나다 애지중지하는 벤츠가 파손됐다며 시공업체가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에서 5000만원을 챙겼다. 공사 등으로 지면이 여기저기 파인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공사를 맡긴 지방자치단체나 시공업체가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에서 보험금이 나온다. 나머지 9건은 집 근처에서 중앙선 침범차량, 차선변경 차량 등과 가볍게 부딪히거나 가해자를 알 수 없는 사고를 당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B씨는 2010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차 바닥을 낮게 개조한 벤츠를 타고 다녔다. B씨가 노린 곳도 역시 공사 구간이다. 차체가 낮다보니 휠, 타이어 등이 쉽게 탈이 났다. 중고로 산 벤츠지만 고장 난 부품을 갈아 끼울 때에는 새 부품을 찾았다. 차량 수리비를 받은 뒤에 정작 수리하지 않고 다니다 다른 자동차와 사고가 나면 이미 사고가 났던 부분의 부품 수리비까지 청구하기도 했다.

벤츠, BMW, 아우디, 에쿠스, 체어맨 등 국내외 고급 승용차로 공사 중이거나 파손된 도로를 질주해 고의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챙긴 사기범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보험금 19억원을 받아 가로챈 19명을 수사기관에 넘길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목격자가 없는 야간을 주로 노렸다. 중고로 차량을 구입하고는 희귀 부품을 갈아 끼워 수리비와 렌트비를 부풀렸다. 154건의 사고로 받은 수리비는 건당 760만원에 이른다. 이는 2010년 기준 자동차사고 평균 수리비(건당 80만원)의 10배에 육박한다. 평균 수리비의 32배에 달하는 2600만원까지 수리비를 챙긴 경우도 있었다.

또 1인당 평균 11건의 자동차 사고를 냈다. 19명 중 9명은 지인을 동원,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분담해 보험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보험조사국 김학문 팀장은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등에서 배상책임보험을 노린 사기 수법이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