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제민주화 온건” 안도, 금산분리 강화엔 ‘긴장’… 박근혜 당선인 기업정책 공약 실행에 촉각
입력 2012-12-20 18:55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는 재벌 규제책을 과도하게 밀어붙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불황의 장기화로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재계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박 당선인의 승리에 안도감을 내비치면서 새 정부 경제정책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20일 “박 당선인의 경제 공약은 안정감과 균형감을 갖추고 있다”면서 “새 정부와 힘을 모아 경제위기 극복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이슈가 쟁점으로 부상하자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박 당선인의 구체적 공약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반대, 기존 순환출자는 허용하고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제한적 순환출자 도입, 금산분리 강화로 요약된다.
이 중 출총제 반대와 기존 순환출자 허용은 재계가 매우 강력하게 원하던 대목이다. 반면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금산분리 강화는 재벌을 압박하는 공약이다. 박 당선인은 재계에 선물을 주면서도 공세모드를 잊지 않았다. ‘당근과 채찍’ 전략과 유사하다.
재계는 이 정도 결과물에도 만족하는 눈치다. 대기업들은 대선 기간 내내 “출총제가 도입되고 기존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투자에 사용할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쓸 수밖에 없고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계가 출총제 도입과 기존 순환출자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보다 박 당선인의 승리에 반색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공약 중 금산분리 강화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재계가 피하고자 했던 공약이다. 재계는 이들 정책의 수위와 파장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재계는 새 정부의 금산분리 강화 방침이 금산융합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또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대기업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도 재계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돼서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겠다는 무리한 욕심을 버리고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지 않는 범위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기업을 규제하고 옥죄는 정책들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통용됐다”면서 “박 당선인은 우리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