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개막] 선거 축하성명 내용·길이·시점까지 똑같이… 美, 한·일에 치밀한 ‘주판알 외교’

입력 2012-12-20 18:52

미국 백악관이 한국과 일본의 선거 이후 발표한 성명의 시점과 내용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의 양대 동맹인 한·일 양국에 대해 같은 수준의 ‘배려’를 보여야 한다는 ‘치밀한 외교적 계산’에 따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이 한국의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축하 성명을 발표한 것은 19일 오후 1시쯤(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20일 오전 3시)으로, 투표가 끝나고 주요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지 약 10시간 만이었다.

16일 실시된 일본 총선에서 백악관이 성명을 낸 시간은 오후 3시쯤(일본시간 17일 오전 5시)이었다.

시간적으로는 한국보다 2시간가량 늦었지만 일본의 총선 투표가 오후 8시에 끝나 NHK방송 등의 출구조사가 발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같은 시차를 보인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실 명의로 나온 축하 성명의 길이도 7줄이었으며 내용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박근혜 당선인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차기 총리에 대한 축하와 함께 “중요한 양국 및 지역, 국제 현안에서 폭넓은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똑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등 현직 지도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부분도 비슷했다.

다만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안정의 핵심(lynchpin)’이라고 지칭한 데 비해 미·일 관계는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안정의 초석(cornerstone)’이라는 표현을 썼다.

또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은 경제, 안보, 국민 간 유대 측면에서 글로벌 동반자 관계를 공유해 왔다”는 평가도 곁들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