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개막] 한국-미국 “朴-오바마 코드 맞을 것”

입력 2012-12-20 19:00


한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19일(현지시간)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선거 승리 소식에 미국 정부는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 외교정책 담당자들이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박 후보 누가 되든 미국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해 왔지만 강한 민족주의 경향과 북한에 대한 관여(engagement) 정책에 무게를 두는 문 후보를 더 부담스럽게 여겼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 시대 출범으로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동맹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한국 여당 후보의 당선으로 지난 4년간 한·미 관계의 기본 틀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이사장은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북한 및 대외 경제정책 등에서 박 당선인의 입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기조와 잘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박 당선인의 대북 정책은 분위기나 강조점 등에서 이명박 정부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외 경제정책에서 한국의 민주당 측이 주장해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미국에 곤혹스러운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플레이크 이사장은 박 당선인이 북한에 대한 대화·관여정책 쪽으로 좀 더 옮겨갈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호응은 김대중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 상당히 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박 당선인은 한·미 동맹의 강력한 지지자이며 미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 모두에게 친숙한 인물”이라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진 현 시점에서 한·미 관계를 더욱 탄탄히 하고 양국 정책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중간 정도를 택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되 일정부분 상호주의와 남북 간 상업적 경제 관계를 추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놀런드 연구원은 다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방식을 지지하겠지만 미국 의회 내 공화당은 회의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