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기대

입력 2012-12-20 18:44


2012년이 열흘 정도 남았다. 지난주부터인가 곳곳에서 빛의 축제, 루미나리에가 시작되었다. 연말 분위기가 한껏 살면서 정체 모를 두근거림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1년 365일을 살아오면서 좋았던 일보다는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았건만 그래도 딱 이맘때면 가슴이 설렌다. 한두 해도 아니고 이제 그만 무덤덤해질 만도 한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아마도 우리는 다가올 새해를 향해 일편단심으로 두근대는 짝사랑의 심장을 가진 모양이다. 그래서 내년은 올해보다 더, 그리고 내후년은 내년보다 조금이라도 더 환하고 밝은 세상이었으면 하고 꿈을 꾸고 설레는 것 아닐까.

새로 나온 달력을 며칠 먼저 바꿔 달고 보니 ‘2013’이라는 숫자가 또 가슴을 뛰게 한다. 새해에 쓸 새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준비할 때마다 다가올 새해가 더 반갑고 살갑게 느껴지기도 하니, 이래저래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가 과거에 대한 미련보다 크긴 큰 것 같다.

엊그제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끝이 났다. 그래서인지 새해에 대한 기대, 연말에 대한 감상이 올해는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물론 지난 1년 동안, 특히 지난 12월 19일 대선투표일까지 방송과 인터넷상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5년 동안 국민의 원망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여당이나, 정체불명의 정의만 부르짖다 지난 총선 때 쓴맛을 보고도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야당이나 여전히 최고도 아니고 최선도 아닌 차악의 선택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75%의 유권자들이 영하 10도의 혹한을 뚫고 투표장으로 향한 것은 2013년 새롭게 출발할 새 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은 필요한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생기고 부정부패가 사라져서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에 거는 기대가 아니다. 최악을 피해가고 싶은 기대이고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달라는 바람이다.

이제 새로운 5년이 시작될 것이다. 이번 대통령 당선인은 우리에게 어떤 내일을 꿈꾸게 해 줄 것인가. 기왕이면 첫 부녀 대통령으로서 꾸는 꿈보다는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그리는 내일,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새 출발에 대한 기대는 언제나 크다. 그 기대와 소망이 굴절되지 않고 똑바로 자랄 수 있길 바란다.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