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뇌사자 장기 기증 선진국 수준으로 확산되길

입력 2012-12-20 18:40

타인에게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장기 기증 뇌사자는 375명으로, 지난해 전체 기증자 368명을 넘어섰다. 특히 2002년 36명에 불과하던 장기 기증 뇌사자는 10년 사이에 10배 이상 늘었다. 기증된 뇌사자의 장기는 신장 706건, 간장 334건, 심장 99건, 폐 33건, 췌장 31건 등이었다.

신체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장기 기증만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일도 없다. 이런 점에서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뇌사자들의 장기 기증이 늘어난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보건 당국은 지난해 6월 일선 의료기관의 뇌사 추정자 신고 의무화를 골자로 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장기 기증 뇌사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률에 따라 간호사 등 코디네이터들이 뇌사 추정자가 있는 병원을 방문해 의료·행정적 지원을 하고, 장기 기증자의 유족에게 장례비·위로금 등 최대 540만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장기 기증 뇌사자는 인구 100만명 당 7명꼴로 스페인 34명, 미국 21명 등과 비교할 때 턱없이 적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지난달 말 현재 2만2427명에 달하고, 한 해 평균 900명 이상이 장기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보다 장기 이식 대기자가 많다 보니 불법 장기 매매도 횡행하고 있다. 2010년 174건이던 불법 장기 매매가 지난해 754건으로 급증했다. 당국에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불법 장기 매매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장기를 기증받지 못한 환자들이 중국으로 원정을 가서 불법으로 장기 이식 수술을 받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보건 당국은 뇌사자 장기 기증이 더욱 늘어나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관련 법률과 제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장기 기증자들이 우대를 받고 취업·보험 등에서 차별 대우를 받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