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당선인, 배려와 관용의 자세 견지해야
입력 2012-12-20 18:44
인수위부터 탕평인사하고 文 전 후보와 미래 논의하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당선인 신분으로 첫 기자회견을 갖고 강조한 대목은 ‘화해와 탕평 인사’다. 국민 대통합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이다. 큰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박 당선인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의 51.55 대 48.02라는 득표율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분열상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확인됐기 때문이다. 2030세대와 5060세대가 정반대 투표 성향을 보인 것은 물론 이념과 지역 갈등의 골도 매우 깊다. 더욱이 문 후보를 지지한 1469만2632표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얻은 표보다도 많다. 박 당선인이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려면 상실감에 젖어 있을 반대자들을 치유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화합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사(人事)다. 대선은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게임’이라지만, 승자독식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 승리에 취해 측근 등 주변 사람들에게 전리품을 나눠주는 식으로 인사를 했다가는 이명박 정부처럼 임기 초부터 민심 이반으로 낭패를 보게 될 것이 자명하다. 오만은 금물이다.
조만간 구성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 친박계는 가급적 배제하는 것이 옳다. 고도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학자나 의원들을 포진시키기 바란다. 인수위원장으로는 호남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혜적인 자세로 지역을 안배하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전에 대한민국의 새 틀을 짜기 위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갖자고 제안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도 국민을 위한 문 전 후보의 마음을 늘 되새기겠다고 했다. 경쟁자였던 문 전 후보를 비롯해 야권 지도자들과 조속히 회동해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조각(組閣) 때 탕평 인사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부를 추스르는 일에 여념이 없는 민주당을 포함해 상대 진영에서 박 당선인이 내민 손을 선뜻 맞잡을 인사를 찾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계속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 당선인 본인의 자세도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박 당선인에 대해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개방형 또는 수평적 리더십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리더십으로는 통합을 이룰 수 없다. 겸허한 마음으로 쓴소리도 경청하고 수용할 대목이 있으면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 박 당선인이 롤 모델로 엘리자베스 1세 영국 여왕을 꼽으면서 “남을 배려할 줄 알고, 관용의 정신으로 국정을 이끌었다”고 평가한 것처럼 배려와 관용을 실천해야 할 때다.
박 당선인의 슬로건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었다. 준비돼 있다고 자신한 박 당선인이 어떤 보따리들을 풀어놓을지 국민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