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과 안철수를 보는 시각

입력 2012-12-20 18:43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선거 후보가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했다. 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보지도 않은 채 가족과 함께 떠났다. 그는 비행기 이륙 후 공개한 메시지에서 “이긴 쪽은 패자를 감싸고 진 쪽은 결과에 승복하고 새 정부에 협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당선인에게 미리 축하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안 전 후보는 이번 18대 대선의 ‘태풍의 눈’이었다. 새 정치의 기치를 들고 나와 수년간 계속된 ‘박근혜 대세론’을 잠재울 정도로 국민들의 성원을 받았다. 반목과 질시로 가득 찬 정치세계에서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하자고 외쳤다. 기존 정치권을 상대로 혁신과 쇄신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의 요구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정치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변신의 몸짓을 보이는 시늉을 내기는 했다. 당 수뇌부 권한이었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약속도 내놓았다.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자고 제안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에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던 국민들은 안 전 후보의 행보에 환호했다. 국민들의 열망에 따라 대선에 출마한 뒤 시련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에 맞서 싸워야 할 민주당과 단일화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안 전 후보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 민주당의 모습이 그가 주장해 온 새 정치와 거리가 먼데도 성급하게 단일화 협상을 시도해 우려대로 백기를 들고 말았다. 민주당의 권력욕과 정치공학에 말려들어 본래의 목소리를 잃고 만 것이다.

민주당은 그를 매개로 당 후보의 지지도를 끌어올린 뒤 대선 승리를 꿈꿨다. 안 전 후보가 요구한 정치개혁 의지는 하나도 없이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노골적인 압박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도덕성이 안 전 후보보다 조금도 우월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항복을 강요하는 자충수를 두기도 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하지만 민주당이 단일화 협상에서 과감하게 안 전 후보에게 양보했더라면 대선 참패는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역대 최대의 표를 얻고도 허무하게 패배한 민주당은 이번 대선 과정을 곰곰이 되씹어봤으면 한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성원에도 불구하고 진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과 안 전 후보는 야권의 중심에 서 있다. 또 누가 뭐라 해도 안 전 후보가 우리의 소중한 정치 자산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과감하게 구태를 벗어던지고 안 전 후보는 보다 분명한 자세로 가다듬어야 한다. 개혁된 민주당과 안 전 후보가 협력해 차기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서로 보완하고 돕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의 여망인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