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서영이’ 주연 이보영 “고민 묻어난 연기… 내 대표작품 됐으면”

입력 2012-12-20 18:33


올해 이보영(33)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애정만만세’(MBC)와 ‘적도의 남자’(KBS2)를 거쳐 ‘내 딸 서영이’(KBS2)에 이르기까지, 그는 올 한 해에만 드라마 세 편에 내리 출연하며 다채로운 연기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특히 요즘 ‘내 딸 서영이’에서 주인공 이서영 역을 맡아 보여주는 이보영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패륜을 저지른 딸의 후회와 불안을 담담한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에 실어 과장되지 않게 표현해낸다. 브라운관 속 그의 얼굴은 시종일관 깊은 우수에 젖어 있다.

최근 전화로 이보영을 인터뷰했다. 2003년 드라마 ‘백수탈출’(SBS)로 데뷔해 올해로 10년차 배우가 된 그는 “촬영이 끝날 때쯤엔 ‘내 딸 서영이’가 나의 대표작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 딸 서영이’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 후속이었다. 부담이 컸을 거 같은데.

“처음엔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특히 초반 1∼10회는 서영이가 거의 전적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가야 했다.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어떤 분들은 ‘KBS 주말극은 언제나 시청률이 잘 나오니 부담스러워하지 마라’고 하셨지만, 나는 무조건 히트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다면 뭔가.

“2005년 주말극만큼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KBS 1TV 일일극(‘어여쁜 당신’)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경쟁작인 ‘굳세어라 금순아’(MBC)에 밀렸다. 시청자 분들은 재미가 없으면 절대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서영이가 자신이 거짓말을 한 사실을 남편과 시댁에 3년 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서영이는 ‘소통’을 못 배운 사람이다. 성장 과정에서 대화를 나눌 사람은 엄마와 쌍둥이 남동생이 전부였다. 친구도 없었다. 그런 사람에게 남편은 자신을 지지해주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그러니 남편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거다. 진실을 말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역의 천호진과는 ‘애정만만세’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부녀지간으로 출연하는데.

“천호진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 천생 배우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나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천호진 선생님과 연기할 때는 기대감을 갖고 촬영에 임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올해 굉장히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힘들진 않나.

“지금 내 나이가 가장 열심히,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시기인 거 같다. 과거엔 작품 끝나면 오래 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자주 쉬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겠다.’ 나를 찾아주는 분들이 있을 때 열심히 할 생각이다.”

-‘내 딸 서영이’가 그동안 출연한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동안 작품을 할 때는 (바쁜 촬영 일정 때문에) 고민을 깊이 하지 않고 연기를 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장면마다 서영이의 입장이 돼서 많은 생각을 하고 촬영에 임한다. 내게 이런 작품은 처음이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