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에 몸을 싣고 4대강 자전거길 종주한 라이더 34명의 체험기

입력 2012-12-20 18:27


길 위에서 철들다/프리윌/박호선 외 33인

여기 두 바퀴 자전거에 몸을 싣고 국토를 종주한 34인의 건각들이 있다. 한데 그 건각들은 나이 풋풋한 청년만을 말하지 않는다. 아직 종아리가 여물지 않은 초등학생부터 부엌살림과 설거지에 손이 마를 새 없는 아주머니, 그리고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그 연령층이 퍽이나 넓다는 것이 첫째로 놀랄 일이요, 부상을 당했음에도 붕대를 감은 채 기어코 완주를 해낸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이 둘째로 놀랄 일이다.

국민일보가 주최하고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후원한 ‘4대강 자전거길 종주 체험수기’에 공모한 라이더들은 예상을 뛰어넘어 300여명에 이르렀다. 누구는 10만원대 중고자전거를, 누구는 친척에게 빌린 자전거 페달을 밟고 또 밟았으니 페달을 돌린 것은 저마다 간직한 사연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뽑힌 당선작 34편의 내용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명예퇴직자의 인생 2모작을 위한 자기다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혈액투석 환자·알코올 중독자의 자기 치유를 위한 라이딩, 턱에 부상을 입고 16바늘이나 꿰맨 여중 1년생의 투혼,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과 스무 살 가장의 도전, 그리고 예비 신랑신부가 가족과 함께 떠난 웨딩마치의 전주곡이 이들의 수기에 맴돌고 있다.

우정을 다짐하는 전역 군인들, 제2의 인생을 자축하는 환갑 부부, 체력을 다지기 위한 택시 기사, 갈등을 겪던 형제, 2인승의 낭만을 즐기는 연인들이 그 주인공이니,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국토의 풍경에 안긴 게 아니라 스스로 풍경이 돼 국토의 일부분이 됐던 것이다. 61세의 나이에 남편과 함께 종주를 마친 대상 수상자 박호선씨는 ‘두 바퀴의 행복’에 이렇게 썼다.

“우린 38년 동안 한 지붕 아래 살아오면서도 때로는 저 멀리 지구촌 너머에 있는 사람처럼 내면의 그늘진 구름 속을 헤매면서도 외면적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맑고 밝은 표정을 지어대며 멀어진 거리감을 애써 감추고 지내왔는데, 예순이 넘어서 작정한 자전거 여행이 우리 부부를 철들게 한 계기가 된 듯 하다.” 누구라도 인생에 한 번쯤은 자전거에 몸을 싣고 우리 강산 우리 국토를 달려볼 일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