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용호] 대선이 남긴 정치적 과제
입력 2012-12-20 18:26
이제 치열했던 대선 싸움에서 벗어나 차분한 마음으로 당선인이 정치권과 함께 대선이 남긴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국민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국민대통합이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보면 우리 사회의 지역, 세대, 이념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가 확연히 달랐다.
영남과 50대 이상이 똘똘 뭉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반면 호남과 젊은 세대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전북과 전남에서 오랜만에 영남정당 간판으로 10%가 넘는 지지를 얻었고, 문 후보는 호남정당의 간판으로 부산-경남에서 40%, 대구-경북에서 20%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 이번 대선은 오랜만에 지역주의가 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지역주의 완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되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당선인은 본인이 약속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개최하여 여야 지도자가 지역주의 타파를 포함한 정치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여야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 민생 등이었다. 특히 당선인은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중산층이 줄어들면서 소득의 양극화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여야가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수많은 공약 중에서 당선인은 시급성과 재정 등을 고려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특히 성장 없이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키고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개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이제 당선인은 세계 경제위기의 지속 속에 우리 경제가 저성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발전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대통합과 민생을 위한 선결과제는 새 정치다. 새 정치를 주장한 안철수씨가 일방적으로 대선 후보를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느끼면서 서로 앞장서서 안 전 후보의 새 정치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여야는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정당개혁과 국회개혁 등을 추진하지 않으면 다시 한번 시민사회와 국민의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정치쇄신에 성공하는 정당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정당은 2014년의 지방선거나 2016년 총선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SNS시대를 맞아 일반국민들의 정치참여가 일상화된 현실을 반영해 정당과 국회의 기능을 바꿔나가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대선 후보들의 외교에 관한 비전이나 정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적 질서가 도전받고 있고, 한·일·중 간의 영토분쟁, 일본의 우경화와 자민당의 총선 승리, 중국 시진핑 체제의 출범,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불확실성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은 우리에게 커다란 부담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이런 외교적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정상회담이 빈번해지면서 국가 최고지도자의 외교적 역량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 당선인이 수많은 외교적 난제를 풀어나가려면 주변국의 정상과 신뢰를 쌓는 것이 급선무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