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강원주민 환호… 호남선 허탈·장탄식

입력 2012-12-20 02:56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오후 7시쯤부터 본격 시작된 개표가 진행되면서 전국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희비 엇갈린 가운데 기대감=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영남권과 강원도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정권교체의 염원으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호남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개표가 이어지면서 박 후보의 승리가 가시화되자 새누리당의 안방인 부산과 대구 경남북 등에서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딸이 대통령이 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가문의 영광’이 될 것”이라며 축하했다. 영남 주민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새 대통령이 공정한 투표를 거쳐 선출된 만큼 이제 국민 개개인이 모든 역량을 국가발전을 위해 쏟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원지역에서도 “5년간 나라를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마무리된 만큼 정당과 지지후보를 떠나 여야의 지도자들이 산적한 국가적 현안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박동순(63·여)씨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며 “부디 부정부패 없는 나라, 빈곤층 없는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광주·전남 주민들은 “정권교체의 열망이 좌절돼 안타깝다”며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원 박찬규(47)씨는 “지상파 방송 3사와 YTN의 출구조사 결과가 엇갈려 혼란스러웠다”면서 “밤늦게까지 개표방송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문 후보가 처음부터 뒤지더니 끝까지 격차를 좁히지 못해 맥이 풀렸다”고 말했다.

광주 광천동버스종합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리던 박영미(48·여·순천시 연향동)씨는 “이제 겸허하게 투표결과를 받아들였으면 한다”며 “새로 뽑힌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모여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문 후보 지지자들도 허탈감에 빠졌다. 주민 정모(49·여)씨는 “2002년 노 전 대통령의 극적인 승리가 10년 만에 재현되기를 기대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투표 과정에서 사건들 잇달아=이날 전국 각 투표소에서 시작된 투표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남 사천에서는 박모(39·여)씨가 오전 6시50분쯤 사남면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인근 제2투표소에서 다시 투표했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됐다. 선관위는 박씨가 선거인 명부가 확정된 뒤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제3투표소에 동명이인이 있어 중복투표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경고조치하는 선에 그쳤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에서는 투표용지를 보관한 대형금고가 열리지 않는 바람에 금고를 여느라 투표가 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의성군 선거관리위원회는 오전 5시10분쯤 투표용지 4370장을 보관한 면사무소 금고가 열리지 않자 5시50분부터 굴착기를 동원해 금고를 부숴 투표용지를 꺼냈다.

세종시에서는 투표소가 턱없이 부족해 유권자들이 기다리느라 2시간 이상 추위에 떨었다.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에는 1만157명의 유권자가 거주하고 있으나 투표소는 참샘초등학교와 한솔고등학교 등 달랑 2곳에만 설치돼 한솔고등학교 앞에는 유권자 500여명이 500m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