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9일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민주통합당의 서울 영등포 당사는 무거운 침묵 속에 가라앉았다. 1층 종합상황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중진 의원들과 중앙선대위 본부장단은 오후 11시쯤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정세균 상임고문이 먼저 일어섰고 김두관 전 경남지사, 추미애 의원, 이목희 전략기획본부장, 진선미 대변인 등이 일제히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누구도 다가가 말을 걸기 어려웠다. 다들 침통한 얼굴이었다.
오후 11시50분 문재인 후보가 당사에 도착해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저의 실패이지 새 정치를 바라는 모든 분들의 실패가 아니다”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짧은 회견을 마친 문 후보는 당사를 빠져나갔다. 정동영 상임고문, 추미애 의원, 이목희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 문병호 의원 등이 뒤따랐다. 당사 앞마당에서 문 후보는 추 의원, 이 본부장, 문 의원 등을 차례로 안았다. 당직자와 지지자 수백명이 문 후보를 에워싼 채 “문재인”을 연호했다. 지지자들은 “힘내십시오”라고 외쳤고 당직자 여러 명이 눈물을 쏟았다.
문 후보는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야 된다는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게 역사에 죄를 지은 것 같아 송구스럽다. 그러나 저는 그동안 행복했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후 8시까지만 해도 조심스레 승리를 예상하던 당사가 패배 분위기에 휩싸인 건 50분 뒤 KBS와 SBS에서 잇달아 ‘박 후보 당선 유력’을 전하면서였다. 일말의 희망을 걸던 선대위 본부장들의 표정이 일순간 얼어붙었다. TV를 보던 박 원내대표는 한숨을 내쉬었고, 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은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윤관석 유세단장은 “경기도에서 완패했다. 북한과 접경지역이 많은 경기지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슈로 흔들린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가 미완인 채로 시간이 흘렀고 나중에는 안 전 후보와 전격적인 유세 결합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저 지원 협력에만 그친 게 수도권 투표율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백민정 김아진 기자 minj@kmib.co.kr
[박근혜 시대 개막] 무거운 침묵에 빠진 민주당…文 후보 “역사에 죄 지은 것 같아 송구스럽다”
입력 2012-12-20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