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개막] 문재인은 어디로… 의원직 유지, 親盧 구심점 지속

입력 2012-12-19 22:54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간발의 차로 낙선했다. 문 후보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단 한번도 1위를 내주지 않고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도 줄다리기 끝에 승리하고 안 전 후보의 지지를 얻어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도 모두 후보가 사퇴하며 그에게 힘을 몰아줬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일단 문 후보는 상당 기간 휴식과 잠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힘을 모아준 안 전 후보와 진보정의당, 시민사회 등에 감사와 미안함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정치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 후보는 수차례 “대통령에 출마했다고 의원직을 그만두진 않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의 17대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상임고문은 대선 패배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귀국,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문 후보는 올해 59세로 대선 후보로서는 상대적으로 젊고, 정치 경험도 짧다. 정치력을 길러 차기 대선에 도전할 충분한 시간이 있는 셈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도 여러 차례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전례가 있다.

여기에다 문 후보는 현재 이해찬 전 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로 당권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가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당내 ‘친노(親盧·친노무현)계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범야권이 대선 패배로 ‘빅뱅’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문 후보가 어떤 방식으로든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 후보가 선거과정에서 결집시킨 당내 친문(親文) 세력과 시민사회의 ‘국민연대’도 여전히 지지 세력으로 남아 있다. 특히 문 후보가 박 후보와 접전 끝에 패배했고 20∼30대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만큼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문 후보가 현재와 같은 정치인으로서의 영향력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민주개혁 세력에 더해 진보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대선에서 패하면서 ‘새 정치’와 ‘정치쇄신’을 주장할 만한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시대가 불러서 대선에 출마했다’고 말했던 그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시대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