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개막] 민주당의 운명은… 격심한 내부 갈등, 발전적 해체 가능성

입력 2012-12-19 22:55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후보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선거 책임론 및 당 진로를 둘러싸고 격심한 내부 갈등에 휩싸일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당이 현재의 호남 및 친노무현계 기반에서 벗어나 발전적으로 해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세력과의 결별을 통해 ‘안철수 세력’과 함께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후보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 출신이다. 특히 이번 선거를 비문(非文·문재인)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노계 중심으로 치렀다. 때문에 친노계가 선거 패배의 우선적인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 향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거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경우 당분간 친노계의 운신의 폭은 한층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문계나 당내 중도파가 중심이 된 지도체제가 꾸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친노계와 비문계 간 다툼도 예상된다. 친노계는 비노계가 5년래 당의 가장 큰 행사이자 정권창출의 필수코스인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를 적극 돕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문 후보가 아깝게 패배했기 때문에 비노계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친노계는 자신들은 물론 대표적인 비문계 인사들도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차기 지도부 구성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전에도 양측이 사사건건 대립해온 점을 감안하면 양측이 선거 패배를 원만히 수습하기보다는 책임론을 둘러싸고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당 해체나 분화의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2002년 대선 직후에도 친노계 및 국민참여당계가 호남을 중심으로 한 구민주당계에 반발해 열린우리당으로 분리해 나온 전례가 있다. 또 2007년 대선 패배 직후에는 현 손학규 상임고문이 당 대표가 되자 당시 이해찬 상임고문 등 친노계 일부가 탈당하기도 했었다. 특히 이번에는 당 밖에 ‘안철수 세력’이 있고, 대선 전에 안 전 후보와 제 세력을 합해 ‘국민연대’를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당외 세력까지 아울러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으로도 보인다. 전부가 아니면, 적어도 민주당 내 일부 세력이라도 안 전 후보 쪽으로 건너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안 전 후보가 ‘세력 정치’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만큼 민주당 내 모든 세력이 함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일부 세력은 잔류하거나, 별도의 당을 만들 수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대선 패배를 계기로 제 세력이 대화합을 이뤄 국회의원 127석의 원내 정당 프리미엄을 내세우며 ‘안철수 세력’을 견제해 나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최악은 60년 역사의 민주당이 정치경력이 채 몇 개월도 안 된 안 전 후보에게 무장 해제당한 뒤 흡수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당이 그렇게 만만한 세력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철수 세력과의 연대를 하든 일부가 남든, 어떤 경우라도 당의 일정 부분 분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차기 지방선거가 아직 1년6개월 이상 남아 당이 중립파 중심의 비대위 체제를 유지해 가면서 당분간 시간을 더 두고 당의 진로를 찾아갈 수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