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하루 종일 SNS 독려 메시지… ‘투표 인증샷’ 봇물
입력 2012-12-19 19:14
이번 18대 대통령선거에서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쉴 새 없이 투표 독려 메시지가 올라왔다. 특히 이번 대선부터 SNS를 통한 투표 독려가 허용됨에 따라 20∼40대를 중심으로 네티즌들은 너도나도 인증샷을 찍어 유권자들의 투표를 이끌었다.
19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는 이른 아침부터 자신이 투표한 사실을 알리는 ‘투표 인증샷’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오전 6시30분쯤 서울 영등포동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원종현(36)씨는 투표소 건물 밖에서 자신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원씨는 “트위터에 올리려고 인증샷을 찍었다”며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오후 6시 투표가 끝날 때까지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인증샷 놀이’를 즐겼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아예 유권자들이 인증샷을 올리는 페이지가 개설돼 하루 동안 1만건이 넘는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유명 인사들의 인증샷은 SNS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전 10시쯤 서울 혜화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뒤 트위터에 “투표율 77%가 달성되면 당연히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글을 인증샷과 함께 올렸다. 박 시장은 지난 18일 트위터에 “대선 투표율이 77%를 넘기면 시청광장에서 노래를 부르겠다”는 글을 남겼다.
방송인 김제동씨도 “내 나라의 대통령을 내가 뽑는 일, 상상 이상으로 짜릿하고 즐겁습니다. 안 해본 사람들은 몰라요”라며 인증샷을 공개했다. 그는 “투표한 사람들끼리만 개념 투표 솔로 대첩 한 번 해 보자”며 “투표 안 한 사람들이여, 영원히 솔로로 남으라”라는 글도 트위터에 올렸다. 이 밖에도 방송인 정준하, 가수 이효리, 윤종신, 정엽, 손담비, 배우 이준기, 박신혜, 엄지원 등이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렸다.
새로운 형태의 인증샷도 등장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특정 후보 기호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엄지 세우기, 손가락으로 브이(V)자 그리기 등을 규제하자 네티즌들은 주먹을 쥔 채 손등에 기표도장을 찍은 인증샷이 유행했다. 아이디 ‘rok***’는 오후 5시쯤 손등 인증샷을 다음 아고라에 올리며 “대한민국,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글을 올렸다.
단순히 투표소를 배경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는 수준을 넘어 소품을 이용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의 인증샷도 넘쳐났다. 개그맨 김경진씨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 투표장 앞에서 러닝셔츠를 입고 머리를 감는 모습을 찍었다. 그는 이 사진을 “깨끗한 마음으로 투표해야 착한 국민”이라는 글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자신의 얼굴 대신 투표 확인증을 촬영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사진에 기표 도장을 찍은 인증샷도 올라왔다.
젊은 유권자들은 투표율 현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투표가 끝나는 시간까지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트위터 아이디 ‘cona***’은 “오늘 투표는 한 표 차이로 승부가 날 것”이라며 “그 한 표를 당신이 던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적었다. 또 다른 트위터리언은 “아직 20∼30대 투표율이 높지 않다고 하니 빨리 투표하자”는 글을 남겨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일부 이용자는 “트위터나 문자로 투표 참여를 독려해도 무방하다”는 선관위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유명인이나 출판사, 기업체 등의 기부형 투표 독려도 SNS에서 이어졌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김은숙 작가는 지난 18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투표 인증샷을 보내주면 내년 10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대본을 보내준다는 약속을 했다. 문주출판사는 대선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그동안 출판해 온 책들을 무료화하겠다는 선언을 했다가 이날 투표율이 높아지자 “패닉상태”라고 적었다. 국산 건전지 업체 ‘벡셀’도 “투표율 75%가 넘으면 게시글을 리트윗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전지 한 뭉치씩을 공짜로 선물하겠다”고 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