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한용섭] 김정은 정권 1년, 내부문제 첩첩산중

입력 2012-12-19 19:59


“선군정치 포기하고 위민정치 도입해야… 지식인들 유학 보내 新문물 배우길”

김정은 정권 1년은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대내적으로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정권을 안정시키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국내정치적으로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일에 대한 신격화, 김정은의 김일성 따라하기, 이설주의 현대 여성 이미지 부각 등으로 김정은 체제 안정화 작업을 개시했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잡아들이고, 불순분자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함으로써 국내적 정권 기반을 강고하게 구축하려 시도했다.

또한 남한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MB정권에 대해 최대의 협박을 퍼부음으로써 적대적 관계를 강화시켰다. 김정일의 선군정치 아래 기득권이 강화되어 왔던 이영호를 비롯한 군부 노장층을 전격적으로 제거하고 군부에서 김정은에 대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특히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이어받아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했다. 지난 4월 북한 헌법을 개정해 전문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김정일의 업적을 찬양하는 한편 지난 12일 대륙간탄도탄 로켓을 시험발사하여 대대적으로 자축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것은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미·북 간의 제네바 핵 협상을 재개하여 핵 개발 계획 동결을 조건으로 경제제재 해제와 경수로 건설 지원을 받았던 것과 정반대 길을 간 것이다. 핵과 미사일 능력으로 미국을 협박함으로써 미국의 오바마 제2기 행정부가 화전 양면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는 또 하나의 벼랑끝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북한은 로켓을 시험발사함으로써 중국의 시진핑 정권 등장 이후 북·중 간 정상회담 가능성을 상실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자제하고,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원조를 더 받을 수 있었더라면 북한의 대외 관계는 더 나아졌을 테고 북한 주민의 생활은 좀 향상됐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나름대로의 전략적 계산법을 가지고 올해에 미사일 시험을 하는 것이 내년에 하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외부세계와의 긴장과 대결을 더 고조시킴으로써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악화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편 북한의 경제는 김정은 정권의 “인민생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진 것이 없다고 알려졌다. 고질적인 식량난은 농업기술 향상과 산림녹화 없이는 구조적인 개선이 어렵다는 것은 20년 이상 된 사실이다. 경제난이 악화될수록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은 북한이 주장해 온 자주와는 더 멀어지는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선군정치를 포기하고 위민정치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면 체제 안정화가 위협받게 되는 딜레마, 북한은 아직 이 딜레마를 벗어날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김정은 정권은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눈꺼풀은 만들었으나 귀꺼풀은 만들지 않았다’는 경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의 눈을 가릴 수는 있으나 귀는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외부세계의 급속한 발전 모습과 남북한 간 엄청난 격차에 대해 북한 주민의 눈을 강제로 감길 수는 있으나 방송, 언론, SNS를 통해 귀로 전달되는 외부에 대한 정보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체제의 장기적인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선군정치와 독재에서 벗어나 위민정치와 민주화를 도입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2013년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새로운 생각과 방법을 가진 인재들을 발굴해 중용하고, 주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잘살아보세’ 운동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시대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제를 잘 풀기 위해 북한은 북한 주민과 세계의 인류가 이 시대에 갈망하고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북한의 지식인들을 세계에 많이 내보내 새로운 사고방식과 문물을 배우도록 해야 북한 체제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