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준동] 2012년 한국 스포츠의 明暗

입력 2012-12-19 18:56


2012년 임진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18대 대선,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내외적으로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았던 올해 한국 스포츠도 이런 저런 사건들로 국민들을 울리고 웃겼다.

흑룡의 해라는 올해 시작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프로축구를 초토화시켰던 승부조작의 ‘검은손’이 프로야구와 프로배구에도 마수를 뻗친 것이다. 2월 배구계를 강타한 승부조작에는 전현직 남녀 선수 16명과 브로커 5명이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승부조작의 망령은 급기야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프로야구까지 덮쳤다. LG 소속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검은돈을 받고 ‘첫 이닝 고의 볼넷’ 등의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터진 승부조작 사건은 국민 스포츠라는 프로야구 명예에 먹칠을 했다. 새해 벽두부터 터진 불미스러운 일들로 한국 스포츠는 휘청거렸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즐거웠던 런던올림픽의 추억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꾸어 놓은 것은 런던에서 날아온 태극전사들의 잇단 승전보였다. 7월 말 영국 런던에서 개막한 런던올림픽은 특히 한국에 각별한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광복 후 처음 출전한 하계올림픽이 바로 1948년 런던 대회였기 때문이다. 64년 만에 다시 찾은 런던은 역시 ‘약속의 땅’이었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와 똑같은 금메달 13개를 따내며 당당히 종합 5위에 올라 역대 원정 하계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펜싱과 사격, 레슬링, 체조 등 비인기 종목에서 쏟아져 나온 금메달은 정말 값진 것이었다. 펜싱의 신아람이 잃어버린 1초에 울고, 축구의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로 징계를 받았지만 대회 17일 동안 국민들은 밤잠을 설치면서도 행복했다.

7, 8월은 또 유럽 프로축구리그에서 활약하는 태극전사들의 연쇄이동이 있었다. 박지성은 7년 동안 정들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벗고 퀸스파크레인저스로 둥지를 옮겨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어 셀틱에서 뛰던 기성용은 여러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끝에 스완지시티를 선택해 10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10월 초에는 승부조작으로 몸살을 앓았던 프로야구가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7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올해 정규시즌 532경기에 입장한 총 관중은 715만6157명이다. 단일 시즌 관중 700만명 돌파는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최초이자 국내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도 처음일 정도로 의미가 있었다.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자 ‘괴물 투수’로 불리는 류현진이 거액의 몸값을 받고 미국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하는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역대 포스팅 시스템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 최고액인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의 이적료를 받고 다저스와 협상을 시작한 류현진은 계약기간 6년에 연봉 총액 3600만 달러(약 390억원)까지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류현진이 미국행에 성공한 반면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아시아 출신으로는 통산 최다승(124승)을 기록한 박찬호는 마운드와의 영원한 이별을 선언해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12월 대미를 장식한 선수는 잠자던 ‘피겨 여왕’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NRW트로피 대회에서 20개월의 긴 공백을 딛고 시즌 최고 점수로 피겨 여왕의 부활을 전 세계에 알렸다.

2013년에도 승전보 이어지길

10여일이 지나면 2013년 계사년의 새해가 떠오른다. 한국 스포츠는 내년에도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국민들에게 청량제 같은 태극전사들의 승전보를 내년에도 기대해 본다.

김준동 체육부장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