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스트레스 많은 고교 고학년 사이버 비행 저지를 가능성 높다
입력 2012-12-19 18:41
고등학교에서 고학년이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일수록 현실보다는 사이버 비행을 저지를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부에 매달리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익명의 사이버 공간에서 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인터넷 사용, 일상긴장, 비행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해 열심히 공부하는 고등학생은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사이버공간에서 비행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06년 당시 고등학생 1학년이 된 남학생 1572명, 여학생 1553명을 패널로 3년간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는 이들의 인터넷 사용시간을 측정하고 인터넷 사용유형을 교류사용, 오락사용, 정보사용으로 나눠 1∼5점 척도로, 부모와 학업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점수는 3∼15점 척도로 조사했다. 또 사이버 비행 항목으로 언어폭력, 저작물침해, 해킹과 아이디 도용을, 현실 비행 항목으로는 가출, 성범죄, 폭력, 강·절도행위를 지정해 학생들에게 1년 동안 경험 빈도를 답하게 했다.
그 결과 고학년일수록 학생들이 부모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낮아지는 반면 학업 스트레스는 높아졌다. 고교 1학년 때 부모와 학업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각각 평균 7.912점과 9.666점으로 나타났다. 고교 2학년 때는 부모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평균 7.781점으로 줄어든 반면 학업 스트레스는 평균 9.864점로 증가했다.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비행을 저지르는 경향을 분석한 결과 고교 3학년을 기준으로 사이버 비행 횟수는 평균 1.262회로 현실 비행 횟수(0.186회)보다 훨씬 많았다. 사이버 비행 횟수는 고학년일수록 높아졌다.
또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학생은 학업 스트레스 점수가 낮고 현실에서 비행을 저지른 횟수가 많은 반면, 정보 취득 목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학생은 학업 스트레스 점수가 높고 사이버 비행을 저지르는 횟수가 많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성식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사이버 비행의 경우 익명과 비대면이란 점 때문에 죄책감 없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저질러도 된다는 의식이 있다”며 “사이버 비행을 줄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윤리의식을 심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