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통령 사망’ 오보… 中신화통신·연합뉴스 망신

입력 2012-12-19 18:34

이라크 잘랄 탈라바니(79) 대통령이 사망 오보로 하루 사이에 홍역을 치렀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잘못된 제보를 특종이라며 보도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18일(현지시간) 이라크 현지 언론인 바그다드TV를 인용해 탈라바니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긴급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도 신화통신을 인용해 ‘이라크 대통령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29분 간격으로 1보와 2보를 띄우며 이 기사를 긴급 처리했다. 22분 뒤엔 ‘이라크 대통령 ‘위중’’이란 제목으로 내용을 바꾸고 인물소개 기사를 내보냈다. 이라크 대통령실은 이날 밤 국영 이라키아방송을 통해 탈라바니 대통령의 상태는 안정적이라며 사망설을 부인했다.

탈라바니 대통령 사망 오보는 자질을 갖추지 못한 언론사가 난립하는 이라크의 언론 환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외신을 그대로 인용·보도하는 잘못된 관행에 따른 결과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집권 당시 언론의 자유가 통제됐던 이라크에서는 넘쳐나는 오보로 사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폴 브리머 전 행정장관이 언론 자유를 주창하면서 2004년 몇 달 사이에만 100여개 일간지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일도 발생했다. 특히 중동은 언론과 정치·종교 권력이 분리되지 않은 데다 사회적 정보 공유가 더뎌 대형 오보가 자주 발생한다.

이라크 대통령 사망 오보가 난 시간대에 AFP통신은 탈라바니 대통령이 응급 상황을 넘겼다고 전했다. 유력 중동 언론과 대다수 서방 언론도 신화통신의 오보를 인용하지 않았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