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휘둘린 美연방정부, 빈부격차 키웠다
입력 2012-12-19 22:57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소득 상위 5%의 지난해 평균 수입은 50만 달러, 약 5억4000만원이다. 하위 20%의 평균 소득 9500달러(약 1000만원)의 54배다. 20년 전에는 39배였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됐고, 가난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다.
로이터통신은 19일 미 연방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빈부 격차를 오히려 더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금 감면 혜택은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돌아가고,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경비 절감으로 가난한 사람의 일자리는 더 줄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정권 초기 백악관에 근무했던 커크 블래락(43)은 1조600억 달러의 세금 감면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기업을 설득하는 임무를 맡았다. 2003년 K스트리트(워싱턴의 로비스트 사무실 밀집지역)로 옮긴 그는 기업을 대신해 3500억 달러의 추가 세금 감면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역할을 했다. 현재 미국 최대 로비업체인 ‘비즈니스 원탁회의’를 위해 일하는 블래락의 연간 수입은 100만 달러가 넘는다.
블래락과 같은 로비스트가 워싱턴에는 1만3000여명에 이른다. 주 고객은 대기업과 투자자 등 미국 사회 최상위 계층이다. 1인당 평균 수입은 약 26만 달러다. 이는 1998년보다 37%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는 0.9%에 불과하다.
세금정책센터 분석에 따르면 세금 감면 혜택의 3분의 2가 상위 20% 계층에게 돌아가고, 하위 20%는 겨우 1%의 혜택만 받는다.
세금 감면으로 줄어든 예산 때문에 연방정부는 일부 업무를 아웃소싱했다. 그 결과 워싱턴 지역의 고교 졸업생에게 중산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줬던 연방정부의 하급 관리직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98년 연방정부 공무원 중 경비·청소원 등의 블루칼라는 4명 중 1명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8명 중 1명으로 줄었다. 남은 일자리도 대부분 아웃소싱될 예정이다.
89년 이후 미국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에서 빈부격차가 더 커졌고, 43개 주에서는 빈곤층이 더 늘었고, 28개 주에서는 중산층이 줄어들었다. 가장 가난한 지역인 미시시피 주에서만 소득이 하향 평준화됐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