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만 남은 초등학교 교실 미술관이 되다… 홍익대 출신 작가 30여명, 의자 등 활용 실험미술전 열어

입력 2012-12-19 18:33

40년 넘게 초등학교로 사용돼 온 건물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홍익대 미대 출신 작가 30여명은 지난 10일부터 학내 운동장에 있는 옛 홍익대 부속초등학교에서 실험미술전 ‘프로젝트 72-1’을 열고 있다. 72-1은 홍익초교 주소지 지번이다.

홍익초교는 1966년부터 47년간 홍대 서울 캠퍼스 안에 있다가 지난 8월 마포구 성미산으로 이전했고 지금은 건물만 남아 있다. 작가들은 학교에 남아 있던 종이나 의자, 나무재료, 쓰레기 등을 재료로 활용해 실험적인 작품을 설치했다. 급식실, 숙직실, 과학실, 컴퓨터실 등이 작품을 담은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작가들은 빈 교실에서 졸업 앨범을 넘기는 한 졸업생의 영상과 직접 수집한 유년 시절 사진을 교실 벽에 상영해 추억의 공간인 학교를 연출했다. 패션디자이너 최철용 작가는 교실의 흰색 커튼을 이용해 교실 전면을 도배하고 각 사물에 이름표를 달아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또 교단에는 작은 TV를 설치해 현대사회에서 영상 이미지가 갖는 위상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이가형(동양화) 작가는 가짜 명품 핸드백 조각을 누더기로 오려 붙인 졸업 가운과 학사모를 전시해 학교에서 편견, 허구 등도 학습된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미술전은 당초 22일까지 예정됐으나 관객들의 요청으로 연장을 검토 중이다.

전시회를 기획한 정연심 홍익대(예술학과) 교수는 “학교는 본래 가공되지 않은 것을 다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사회적 공간”이라며 “학교 물건을 사용해 학교의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