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지는 대선 테마주… 꼭짓점 대비 74% 폭락
입력 2012-12-19 18:27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서 주식시장의 테마주들도 거품이 빠져 간다. 지난해부터 각종 뜬소문과 억측으로 이상 급등했던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테마주는 최고점 때 주가와 비교해 평균 ‘반의 반 토막’이 났다. ‘당선인 테마’가 새로 뜬다는 전망도 있지만, 역대 정치 테마주들의 행보는 결말이 허망했다.
◇만원 넘던 주식이 900원대로 추락=19일 국민일보가 제18대 대선에서 유력주자였던 3인의 주요 테마주 5개씩 총 15개 종목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 말부터 지난 18일까지 주가를 추적한 결과, 이들 종목은 최고가 대비 평균 74.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의 테마주 5종목은 평균 81.48% 떨어져 3개 대선 테마주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24일 1만550원까지 치솟았던 써니전자는 18일 958원으로 주가가 90.92%나 추락했다. 문재인 테마주는 평균 77.62%, 박근혜 테마주는 평균 63.58% 떨어졌다.
테마주의 주가가 출렁이는 동안 이익은 특수관계인, 손실은 개미(개인 소액투자자) 몫으로 돌아갔다. 주가가 급등할 때 대주주·경영진은 조금씩 지분을 처분하며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선 테마주로 분류된 35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195만개의 계좌에서 총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99.9%가 개인투자자의 계좌다. 한 개인투자자는 26억원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폭탄 돌리기’=각종 대선·정치 테마주는 5년을 주기로 꾸준히 나타난다. 정권교체를 앞둔 대통령 임기 말에는 대체로 불황인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 관련 정보에 솔깃하면서 테마주가 활발하게 형성된다. 과거에는 선거 전후 각종 선거운동 전단과 투표 관련 서류 등 종이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는 분석 때문에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등 ‘제지주’가 수혜주로 주목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포털·미디어 관련주가 대선 테마주로 언급됐고, 이번 대선에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관련주가 높은 관심을 끌었다.
대선후보의 인맥·공약 관련주가 개미들을 모으는 현상도 5년마다 되풀이된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관련한 ‘대운하 테마주’, 정동영 민주당 후보와 관련한 ‘대륙철도 테마주’가 등장했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여성복지·저출산 테마주 등이 출현했다.
일부는 테마주와 연관되는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주가가 더 큰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대선 테마주가 ‘당선인 테마주’로 바뀌더라도 결말은 ‘쪽박’이다.
대표적 대운하 테마주였던 이화공영은 2008년 3만원대까지 오르며 최저점 대비 100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현재 주가는 1710원이다. 같은 대운하 테마주였던 신천개발(씨앤에스자산관리) 주가도 2007년 3만원대를 넘나들었지만 지금은 4515원이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관련 대선 후보의 승패와 무관하게 테마주는 결국 거품이 꺼지기 마련이다”며 “안정적 수익과 가치투자가 목적이라면 애초부터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