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고통 DR콩고를 품다] ‘말·짱’고통서 이 아이들 웃음 지켜줄 보건센터 짓는다

입력 2012-12-19 18:18


“아오 아오 플리스 아오(높이 높이 더욱 더 높이)∼”

지난달 29일 오후 DR콩고 수도 킨샤사에서 자동차로 1시간 달려 도착한 무상구 마을의 언덕배기에 위치한 굿피플 아동센터. 마을 어린이 50여명이 음악 교사인 자넷의 손짓에 맞춰 몸을 흔들며 현지어인 링괄라어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일곱 살 난 생가(여)는 엄마 손에 이끌려 마을 초입의 ‘사랑받는 자의 교회’ 앞마당에 서 있는 이동진료차량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가는 친구들과 함께 아동센터에서 놀고 싶지만 이날만큼은 참아야 했다. 복통과 고열 때문이다. 십중팔구 말라리아 증세인데, “몸이 나아야 아동센터에 갈 수 있다”는 엄마 말을 따르기로 약속했다. 이날 생가처럼 말라리아 증세로 이동진료소를 찾은 어린이만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다.

‘말라리아로부터 아이들을 구하자.’

이를 위해 국제개발 NGO인 굿피플(회장 김창명)이 나섰다. 말라리아와 함께 수인성 전염병인 장티푸스까지 예방하고 치료하는 ‘말짱 센터’를 무상구 마을에 설립하기로 한 것. 굿피플 DR콩고 지부는 우선 무상구마을 아동센터 안에 말라리아 센터를 연내 짓기로 했다. 장티푸스 센터는 전염병인 점을 감안, 내년 초쯤 별도 시설에 마련될 예정이다.

2015년 7월까지 운영 예정인 말짱 센터에서는 말라리아와 장티푸스 감염 여부를 체크하는 혈액검사와 치료약 보급 등 검사 및 치료가 기본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또 방역 및 모기장 보급 사업, 기초보건 교육 등 예방 교육도 병행된다. 이지영 굿피플 해외사업본부장은 “DR콩고는 다른 중앙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의 감염 및 전염 비율이 높은 데다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를 위한 예방과 치료 시설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DR콩고를 포함한 중앙아프리카 9개국 전부가 말라리아 고위험 대상국이다. 5세 미만 말라리아 감염 사망률(2010년 기준)은 무려 37%에 달한다. 특히 DR콩고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말라리아뿐만 아니라 장티푸스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2004년 12월 킨샤사 지역을 휩쓴 장티푸스에 1만3400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21.8%가 사망했다. 최대 30%에 달하는 장티푸스 사망률(2010년 기준)의 주된 발병 원인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깨끗한 식수 부족 때문이다.

말짱 센터가 들어서는 무상구 마을의 경우 마을 꼭대기에 우물이 한 곳밖에 없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씻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식수도 늘 부족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마칸루사미에(59)씨 같은 처지의 주민들은 거동이 불편한 데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라 질병의 예방·치료가 쉽지 않다. 여기에다 주민의 70% 이상이 실업 상태라서 치료약을 구하는 일도 여의치 않은 현실이다.

7명의 자녀를 둔 필로멘(여·52)씨는 오래전에 홍역으로 자식 한 명을 잃었다. 그녀는 “그때 치료약만 제때 먹였어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에 걸렸을 때 치료시기만 놓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걱정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말짱 센터는 향후 무상구 마을 주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에서 말라리아 예방책으로 실시할 예정인 모기장 교체·보급사업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낡은 모기장을 살충 처리된 모기장으로 바꿔줌으로써 모기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한편 매년 4차례 방역 작업을 실시해 말라리아의 감염 경로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기본적인 위생 교육을 실시해서 장티푸스와 아메바성 이질 등 수인성 질병의 발병률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환자별 진료 차트를 사용해 중복 진료 및 약 처방에 따른 부작용도 예방한다는 게 말짱 센터의 목표다.

김두영 굿피플 아프리카 담당 부회장은 “무엇보다도 말짱 센터를 통해 질병 감염에 취약한 영·유아 계층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더욱 필요하다”말했다.

말라리아 센터가 들어서는 굿피플 아동센터 시설은 안팎으로 많이 낡았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파란색의 플래카드 문구가 새로움과 희망을 불어넣는다.

‘분 제뜨 라브니흐 뒤 꽁고’(여러분은 콩고의 미래입니다.) 무상구 마을에 말짱 센터가 들어서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킨샤사(콩고)=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