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하나되는 대한민국] (8·끝)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입력 2012-12-19 18:33


차모(66)씨는 5년 전 꿈에 그리던 집을 얻었다. 열 살 때 전남 강진에서 부푼 꿈을 안고 상경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낯선 서울 땅에서 기댈 곳 없이 살던 차씨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신문지를 이불 삼아 거리생활을 했다. 곧 끝날 것만 같았던 노숙생활은 50년 넘게 이어졌다. 차씨는 쉼터와 거리생활을 반복했다.

그러던 차씨는 주변 노숙인의 권유로 다시서기센터를 찾았다. 센터의 도움으로 임대주택을 얻은 차씨는 현재 서울 남현동의 한 원룸에서 살고 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차씨는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폐지를 주워 월세 12만원을 내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하는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노숙인 사례관리 사업이 연말연시 기댈 곳 없는 노숙인에게 자립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사례관리 상담은 임대주택에 들어간 노숙인을 위한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다. 노숙인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18일 센터를 찾은 차씨는 최근 연락이 닿은 여동생 이야기를 꺼냈다. 차씨는 “노숙생활을 하며 연락이 끊겼던 여동생이 집으로 김장김치를 보내왔다”며 “집이 없었으면 꿈도 못 꿨을 일”이라고 말했다. 문민수 상담사는 차씨의 건강을 묻고 일과에 대한 상담을 이어갔다.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동료 노숙인과 어울리며 사는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생활을 시작하면 되레 우울증을 앓거나 거리로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노숙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자활 상담이 중요하다. 차씨는 “처음 2∼3년간은 집이 오히려 낯설고 어색해 거리생활을 하던 사람들과 밖에서 지냈다”며 “오랜 시간 동안 무료 급식 등 다른 사람 도움에 익숙해져 혼자 생활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상담을 받으며 삶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총 99가구 131명의 노숙인이 거리생활을 끝내고 임대주택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사례관리 지원사업 프로그램에는 매일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문 상담사는 “사례관리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을 상담하는 게 아니라 노숙인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며 “자신의 주거 공간에서 스스로 벌어서 먹고사는 사회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