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들’ 사랑의 쌀 기부 잇따라

입력 2012-12-18 22:13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강원도의 ‘얼굴 없는 기부천사’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선행을 베풀어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청 복지국에는 18일 오전 10시30분쯤 춘천의 한 정미소 직원이 찾아와 “한 독지가가 쌀을 기부하기로 했다”며 10kg 쌀 40포대를 시청 앞에 내려놓았다.

이 독지가는 신분을 숨긴 채 정미소를 통해 계속 쌀을 전하고 있다. 시청 직원들도 누가, 몇 년째 쌀을 기부했는지 파악을 못하고 있다.

희망복지팀 박영구(51·주사) 팀장은 “익명 기부자들은 신분을 알아내려고 하면 되레 화를 내기 일쑤다”며 “추운 연말을 맞아 익명 기부자들로 인해 사회가 좀 더 훈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쌀을 전달한 정미소 사장 진의균(58)씨는 “정미소에는 5∼7년째 춘천시에 쌀을 기부하고 있는 70대 여성 독지가를 포함해 3명이 넘는 익명 독지가가 꾸준히 쌀을 기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횡성군청 주민생활지원과에는 지난 13일 멀쑥한 차림의 70대 노신사가 찾아와 “A정미소에 쌀 200포를 맡겨놨으니 가져다가 생활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가구에 전해주라”는 말을 전하고 표표히 자리를 떴다. 정미소에는 이미 값을 치른 예년과 같은 양의 10kg 쌀 200포대(시가 860만원)가 한 편에 놓여 있었다. 노신사의 기부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다.

희망복지지원담당 이연경(28·여·서기)씨는 “노신사에게 신분을 물었지만 손사래를 치고 떠났다”며 “노신사의 뜻에 따라 쌀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까지 접수된 익명의 기부건수는 60건, 금액은 5900만원에 달한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