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끝내 불발

입력 2012-12-18 22:09


KB금융그룹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시도가 결국 불발됐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과 정권 말 대형 인수합병(M&A)에 대한 부담감 등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금융과 생명보험사 인수 시도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어윤대 KB금융회장의 ‘메가뱅크(초대형은행)’ 꿈도 좌초됐다. 내년 7월까지가 임기인 어 회장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형국이다.

KB금융은 18일 서울 명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 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3명이 인수의 당위성을 역설했지만 사외이사의 반대가 격렬했다. KB금융은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키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이사회 사상 최초로 표결에 부쳤지만 결과는 찬성 5, 반대 5, 기권 2로 부결됐다. 의결권을 가진 12명의 이사 가운데 경영진은 3명. 나머지 9명의 사외이사 중 4명만 찬성하면 인수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을 획득할 수 있었지만 사외이사는 단 2명만 찬성표를 던지는 데 그쳤다.

KB금융 이사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비은행 계열사 육성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보험사 인수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면서도 “경제 여건이 불투명해지면서 서민·중소기업 지원 등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당초 3조원에 가까웠던 인수가격을 협상 과정에서 2조2000억원대까지 낮췄음에도 끝내 인수가 좌초되자 KB금융 내부는 침통함에 휩싸였다. 우리금융에 이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했지만 결국 현 정부 내에서 단 한 건의 M&A도 성사시키지 못한 데 대한 절망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주 수익의 약 80%를 은행에 의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ING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무위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합리적 인수안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좌초시킨 이사회에 대한 적대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뱅크론의 신봉자이면서도 취임 이후 상당기간을 내부 정비에 힘써왔던 어 회장 역시 회심의 인수 시도가 불발되면서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에 비하면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정권 말 현 정부 핵심인사인 어 회장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면서 지나치게 정치적 리스크를 의식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