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어린이 밴드’ 21일 세 번째 연주회… 발달장애를 이긴 희망의 멜로디 들려준다
입력 2012-12-18 20:08
“선생님, 무대가 우주만큼 커요!” “우리 여기서 노래 부르는 거예요? 엄청 떨려요!”
18일 오후 5시쯤 서울 서초동 인재개발원 대강당. 오는 21일 열릴 ‘제3회 레인보우 어린이 음악밴드(이하 레인보우 밴드) 연주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위해 발달장애 어린이 30명이 모였다.
레인보우 밴드는 2009년 서울시 어린이병원 음악치료사 김명신(35)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김씨는 작곡을 전공하고 음악치료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음악이나 미술 등 한쪽으로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아이들의 재능을 살려주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해 11월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각종 장애를 앓고 있는 초중고생 30명으로 시작한 레인보우 밴드는 이제 가입 대기자만 120여명이나 돼 ‘인기 밴드’가 됐다.
그동안 수십여명의 아이들이 레인보우 밴드를 통해 새로운 재능을 찾았다. 이번 공연에서 ‘왕벌의 비행’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독주를 선보일 이상우(12) 군은 그 중에서도 특별한 경우다.
2년 전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던 이군은 이제 프로 피아니스트를 꿈꾸고 있다. 이군의 실력은 지난 6월 우리나라를 찾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가 이군의 연주를 듣고 단번에 “천재다. 이 아이는 계속 연주를 해야 한다”고 찬사를 쏟아냈을 정도다. 므라비차는 지난 9월 “이군을 한 번 더 만나고 싶다”며 서울을 다시 찾았다. 이군 외에도 드럼, 바이올린, 플루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인 장애 어린이들이 1년 동안의 맹연습을 거쳐 이번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노 듀엣, 첼로와 클라리넷 합주, 바이올린과 플루트 합주 등을 비롯해 난타, 합창, 창작뮤지컬 ‘보물섬’ 등이 펼쳐진다. 보물섬 공연 중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고 깜짝 등장할 예정이다.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특별 찬조 출연도 마련됐다.
드럼 퍼포먼스를 선보일 지적장애 박은범(12)군은 “드럼 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 어른이 돼서도 계속 드럼을 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