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참사 비극이 정쟁 멈추게하나… 재정절벽 협상 청신호
입력 2012-12-18 19:44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초등학교 참사가 꽁꽁 얼어붙었던 백악관과 공화당의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 국면을 녹일 수 있을까. 참혹한 비극이 역설적으로 정쟁을 누그러뜨리고, 상처 극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난항을 거듭하던 재정절벽 협상은 1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자증세’ 타협안 제안으로 물꼬를 틀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과 백악관에서 45분간 회동을 갖고 증세 대상 하한선을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가구에서 40만 달러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전격 제안했다. 부자증세와 관련해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오바마 대통령이 한 발 물러난 것이다.
베이너 의장은 앞서 오바마에게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부유층 세금 인상안을 수용하겠다고 수정안을 내놓았다. 아직 양측의 증세 대상 가구 소득에는 차이가 있지만, 지속적인 협상이 이뤄진다면 재정절벽 협상이 연내 타결도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나온다.
참사와 정당 간 다툼은 뚜렷한 연결고리가 없지만 과거에서 보듯 역사적 비극 이후에 민주당과 공화당은 한동안 당파를 초월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청사 폭발, 99년 컬럼바인고교 총기난사, 2001년 9·11 테러 이후 정쟁이 멈췄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 역시 한껏 달아올랐던 정쟁을 식힐 것으로 예상했다. 미키 에드워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의회 구성원들은 정파가 어디든 우리는 한 팀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가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던 개인의 총기 소유 규제 강화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총기 소유를 강력하게 옹호해 온 정치인들이 입장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친(親)미국총기협회(NRA) 인사인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은 MSNBC방송에 출연해 “참사는 총기 규제에 대한 대화의 틀을 바꿔놨다.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NRA 지지를 받는 민주당 마크 워너 의원도 “공격용 무기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는 총기 규제 강화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44%는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혀 ‘강하게 반대한다’는 비율(32%)을 훨씬 웃돌았다. 한편 허핑턴포스트는 총기 규제 이전에 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코네티컷주는 물론 캘리포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총기 판매량이 지난 주말 이후 오히려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