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전·정권교체기 맞물려 공무원 이중고… 상경 출장 밥먹듯 업무차질 불가피
입력 2012-12-18 19:21
17일부터 본격적인 ‘세종청사 시대’가 열렸지만 어수선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교체를 앞둔 시점에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가 세종시로 이주하면서 서울 출장이 많아져 경제부처에서는 당분간 ‘이중생활’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각종 불편함은 ‘세종시스럽다’는 말로 공무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일을 무작정 밀어붙여 애꿎은 피해자를 낳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21일 세종청사 입주식까지 주요 국장들이 대부분 서울에서 근무한다. 전원회의와 소회의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회의들이 모두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세종시로 이사할 때도 심판정 등 전원회의에 필요한 시설들은 옮기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종시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 역시 마찬가지다. 장차관이 참석하는 회의 준비를 위해 담당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내년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예산실 직원들은 이삿짐만 세종시로 보내고 서울에 머물고 있다. 세종청사 입주식도 대선 이후인 20일로 잡혀 있다.
문제는 정권교체기를 앞둔 시점에 세종시로 이주하면서 업무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특히 대선 이후 차기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일자리 정책이나 경제민주화와 같은 핵심 현안에 대한 정책점검 등 업무는 산적해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말·연초에 예·결산과 관련해서 민간기관들과 진행하는 회의가 많은데 기관이 대부분 서울에 있어서 회의장소를 서울로 잡아 현장 출장을 가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선거 이후 차기정부 인수위원회에까지 보고해야 할 업무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업무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청사 안팎이 온통 공사판이어서 소음과 각종 냄새, 먼지가 심한 것도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 한 사무관은 “건물을 새로 짓고 있는 곳에서 일을 하려니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행복추구권을 존중하지 않는 세종시 입주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밥을 먹고 전화를 하는 일상생활에도 아직 불편함이 많다. 공정위가 입주해 있는 청사 2동의 구내식당에서는 카드결제가 되지 않고 있다. 아직 전화선을 연결하지 못한 탓이다. 휴대전화도 끊김 현상이 자주 발생해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