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그룹 회장직서 물러난다…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協 의장에 김창근 부회장

입력 2012-12-18 19:18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방식으로 그룹 회장직을 내놓았다.

SK는 1998년 2대 최종현 회장 타계 이후 3대 회장으로 추대된 손길승 회장 체제에 이어 두 번째 전문경영인 체제를 맞게 됐다.

SK그룹은 18일 서울 서린동 SK사옥에서 17개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김창근(62) 부회장을 신임 의장으로 선출했다.

수펙스추구협회의는 다른 그룹의 사장단 회의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기구로 SK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모여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는 협의체다. 수펙스는 ‘SUPER EXCELLENT’의 약자로 ‘인간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이라는 뜻을 지닌 SK 고유의 경영시스템 명칭이다.

신임 김 의장은 최 회장의 뒤를 이어 대내외적으로 SK를 대표하면서 그룹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새로운 운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을 이끌게 된다. ‘따로 또 같이 3.0’ 체제에서 SK는 다른 그룹과 달리 총수 역할을 하는 최고 경영권자의 직함인 ‘그룹 회장’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의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다만 각 계열사의 회장직은 유지된다. 최 회장은 2004년부터 맡았던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 계열사인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수행할 계획이다.

SK는 최 회장이 전략적 대주주로서 글로벌 성장, 차세대 먹거리 개발, 해외 고위 네트워킹 등 그룹 성장과 발전에 관련된 큰 틀의 경영구상에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넘겨주고 ‘전장의 장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임직원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경영인이 회장직을 맡아 그룹을 책임지는 국내 대기업 환경을 탈피한 SK의 실험적인 경영체제가 지배구조 개선과 글로벌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만장일치로 선임된 김 의장은 SK그룹 성장의 주역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1974년 선경합섬(현 SK케미칼)에 입사한 뒤 SK그룹 경영기획실 재무담당 임원, 구조조정본부장, SK㈜(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94년 그룹의 자금 담당자로 당시 최종현 회장을 도와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을 인수하는 데 기여했고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극복에 일조했다.

SK는 김 의장이 선임됨에 따라 그룹 인사와 위원회 인선 작업을 예정대로 1월 중순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용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