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식감과 이가 시리도록 달콤하게 흐르는 풍부한 과즙이 일품인 겨울철 특미 배가 사라질 위기다. 재배 면적 감소와 가을에 잇따른 태풍 피해를 당하면서 17년 만에 최악의 흉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배 생산량은 17만2599t에 그쳐 1995년(17만8321t)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해(29만494t)보다 무려 40.6% 줄어들었다. 배 생산량이 절정을 이뤘던 2008년(47만745t)에 비하면 63.4%나 감소한 수치이다.
10a당 생산량도 1293㎏으로 지난해에 비해 38.4% 줄었다. 지난 8월 말∼9월 볼라벤 등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 과수원 필지 가운데 81.0%가 병충해 등에 따른 피해 필지로 분류됐고, 66.0%는 풍수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체 피해 필지와 풍수해 필지가 각각 46.7%, 11.1%였던 것에 비해 피해가 극심했던 것이다.
게다가 배는 손이 많이 가고 소득이 다른 과수에 비해 적어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다. 고령화된 과수 농가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배 재배면적도 1만4353㏊로 지난해(1만5081㏊)에 비해 3.5% 줄었다. 가장 넓었던 2000년(2만6206㏊)의 57.5% 수준이고, 감소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물량이 줄어드니 가격은 당연히 뛰었다. 신고배 상품 10개 기준 연평균 소매가격은 2002년 2만549원이었지만 올해 평균가격은 18일 현재 3만5162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평균 3만1719원이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배 안 보인다 했더니… 배 재배면적 감소·잇단 태풍 피해로 17년 만의 최악 흉작
입력 2012-12-18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