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경기부양 여파 환율 ‘살얼음판’
입력 2012-12-18 19:14
미국에 이어 일본이 양적완화에 가세하면서 환율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 붕괴 이후 일주일 만에 1070원 선마저 야금야금 파먹고 있어 어디까지 무너져 내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내년에는 최저 10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원화가치 상승세는 우리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0원 오른 1072.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1080원 아래로 떨어진 환율은 격추당한 비행기처럼 급격히 추락하며 17일 1072.50원까지 떨어졌다. 13일에는 장중 한때 1071.00원을 찍기도 했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풀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자 원화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 등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최저 10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관별로 최저치는 신한금융투자 1000원, LG경제연구원 1020원, 대신경제연구소 1035원, 한국경제연구원 1040원, 삼성경제연구소 1050원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기업은 타격을 입는다. 외화로 표시되는 물건 가격이 올라 해외시장에서 덜 팔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달러 환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우리 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와 전자제품, 선박 등에서 우리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나라다.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뒤 차기 총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와 만나 대규모 양적완화 작업에 착수하면서 엔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조짐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1%에서 2%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물가를 희생해서라도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미다. 여당인 자민당은 그동안 무제한 양적완화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12월 19일 달러당 77.82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83.87엔을 기록했다. 1년 새 7.8%(6.05엔) 상승한 것이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8.7%(102.3원) 하락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내년 4분기 엔·달러 환율이 최고 90엔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처럼 우리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엔화 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에 달러가치 하락과 함께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이제훈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