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어디 없소?… 수요 급증 속 생산 줄어 대란

입력 2012-12-18 19:11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8.5도까지 떨어진 18일.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 판자촌 주민 김갑현(72)씨는 연탄값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이맘때는 하루에 연탄 2∼3장이면 충분했는데, 요즘에는 4∼5장을 때야 겨우 한기를 피할 수 있고 연탄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장에 600∼700원 하는 연탄이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선 수백 장이 필요하기에 판자촌 주민들에게 연탄값은 큰 부담이다. 더군다나 올겨울은 연탄 구하기마저 쉽지 않다. 주수진(73·여)씨는 “40년째 연탄을 사용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연탄 사기가 힘든 적은 없었다”며 “보통 하루면 배달되던 연탄이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걸려 냉방에서 생활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는 “예년 이맘때는 보통 한 가구에 150장 정도 연탄을 지급하면 충분했는데 요즘엔 200장도 모자란다”며 “하루에도 수십 통씩 ‘연탄을 더 달라’는 전화를 받지만 우리도 한계가 있어 요구를 다 들어주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기록적인 초겨울 한파에다 유류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난방비를 아끼기 위한 서민들의 연탄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17일 한국광해관리공단에 따르면 연탄 소비량은 11월 한 달 37만4121t으로 지난해 28만350t보다 33.4%나 급증했다. 대구지역만 해도 연탄공장 3곳에서 11월 말까지 생산한 연탄은 2700여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30여만장에 비해 70만장 정도 늘었다.

문제는 강추위가 찾아오는 요즘 들어 구매가 급격히 늘어 원하는 날짜에 공급하는 게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인천 만석동 연탄판매소 주인 염동진(67)씨는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 연탄수요 때문에 먼 곳에서 주문이 들어올 경우 배달하는 데 10∼15일가량 걸린다”며 “서울에서 연탄을 받아 배달을 하는 상황이어서 골목까지 들어가는 것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탄배달업체들은 운송거리가 늘어날 경우 보통 1장당 500원 정도하는 연탄값을 적게는 800원에서 많게는 1000원까지 높게 받고 있다. 여기에다 연탄배달업체들이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소량 배달을 꺼리면서 한꺼번에 대량 주문을 할 수 없는 서민들의 연탄 구하기는 더욱더 힘겨워진 상황이다. 특히 연탄 수요가 급증한 반면 후원이 줄면서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은 연탄지원이 부족해 추운 겨울을 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연탄은행 관계자는 “봉사인력도 크게 줄어 연탄 배달을 약속한 개인이나 단체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국광해관리공단 관계자는 “올해는 때 이른 한파로 소비량이 급증하다 보니 주문이 밀려 배달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단도 연탄 배달 콜센터를 통해 소비자들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야 한장희 기자, 전국종합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