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당해 숨진 부친… 유품이 범인 잡았다

입력 2012-12-18 19:04


한 장애인협회 사무처장이던 김모(46)씨는 2009년 6월 폐전선·변압기를 전문으로 처리하는 재활용업체 대표 A씨(사망·당시 78)에게 접근했다. 김씨는 자신의 상사가 장애인단체 회장에 당선되면 한국전력이 협회에 매각한 폐전선과 폐변압기 처분 사업권을 주겠다며 소개비를 요구했다. 김씨는 A씨의 둘째아들이 이 단체 회원인 것을 알고 접근했다.

반신반의하던 A씨는 김씨가 가져온 협회 명의의 약정서와 사업이행각서, 한전의 사업제휴서 등을 믿고 13차례 총 5억31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김씨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씨의 상사는 회장 선거에서 떨어졌고, 그 전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에 A씨는 김씨에게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씨가 발뺌하자 협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1억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나머지는 받지 못해 화병까지 생겼고, 지병인 폐질환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4월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김씨의 사기 행각은 A씨의 큰아들이 유품을 정리하다 서류와 입금 명세를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이 났다. 아들은 유품에서 김씨와 관련된 장애인협회 관련 서류 등이 나오자 이를 수상히 여겨 협회에 문의했다. 협회 측이 “그런 서류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가짜 서류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아버지가 화병을 얻게 된 것도 김씨 탓이란 것을 알게 됐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장애인협회가 해당 사업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실제 20년간 사업을 맡아온 사람은 따로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체장애 1급인 김씨는 전과 11범으로 다수 동종 전과가 있어 7개월 동안 도주하다가 검거됐다”며 “아직도 상사가 협회장에 당선되면 사업권을 줄 수 있었다고 말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