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한국 근로자 4명 피랍… “돈노린 단순납치”

입력 2012-12-19 00:46


나이지리아에서 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근로자 4명이 무장괴한에 납치됐다.

외교통상부는 17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바옐사주(州) 브라스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채모(59·부장), 김모(49·부장), 또 다른 김모(49·차장), 이모(34·대리)씨 등 한국인 4명과 나이지리아 국적 근로자 1명이 납치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브라스섬의 건설현장에서 무장괴한의 침입을 받고 쾌속정(스피드보트)으로 납치됐다. 현대중공업 외국지사 직원이 납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장 괴한들은 납치 하루 뒤인 18일 오전 현대중공업 현지 사무소에 전화해 “4명의 한국인은 안전하게 있다. 다시 연락하겠다”고 통보했다.



함께 피랍됐던 현지인 근로자 1명은 납치범들이 보트에서 하선을 요구해 수영을 해서 귀환했다. 납치된 근로자들은 현재 나이지리아 남부 니제르 델타 인근의 내륙 쪽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브라스섬에는 현대중공업 소속 한국인 근로자 6명이 체류 중이었다. 납치된 직원들은 플랜트 기자재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바옐사 주정부와 플랜트설비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근로자를 납치한 무장괴한들과 접촉을 시도 중이며 납치 의도와 근로자가 어디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사건 발생 직후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피랍자들의 안전 확보와 조속한 석방을 위해 현지 경찰 및 주정부 등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정확한 납치 이유나 납치 세력 등에 대한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나이지리아 남부 지역에서 금전을 요구한 피랍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 돈을 요구한 납치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다른 당국자는 “납치 주체가 정치적 테러 조직이라기보다는 돈을 노린 단순 납치범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 본사 플랜트본부에 긴급대책상황실을 마련했으며, 이재성 사장이 긴급회의를 주재해 대책을 논의했다. 또 이날 나이지리아 현지에 천인수 플랜트본부장(부사장)을 급파했다.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피랍자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정년퇴임 후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채씨의 부인 한모씨는 “너무 겁이 나고 떨려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다”며 “빨리 남편이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나이지리아에는 현재 약 650명의 한국인이 체류 중이며 현대중공업 근로자는 38명이다. 또 11개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납치된 것은 지난 4월 대우건설 근로자 1명이 납치됐다가 10여일 만에 풀려난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최정욱 이성규 조원일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