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도시의 섬’ 쪽방을 품다] (하) 쪽방촌, 이렇게 도울 수 있다
입력 2012-12-18 18:36
물질적 지원 보다 꾸준한 ‘말벗’이 큰 힘
김정미(가명·45·여)씨 가정은 오는 20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을 떠난다. 7년 만에 단칸방 살이를 벗어나 방 2개짜리 집으로 이사 가는 것. 김씨가 지난달 말 넷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식구수가 6명으로 불어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주택 자금의 95%를 지원해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도 동자동 공제협동조합을 통해 잔금을 일부 보탰다.
최수철 한교봉 사업국장은 18일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생활개선’을 위한 시범사업 차원에서 동참한 것”이라며 “교회나 성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쪽방 주민을 위한 자활, 또는 돌봄 지원 프로그램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쪽방촌 공제협동조합 등을 통한 자립·자활사업에 있어서는 ‘마중물’격인 초기 자본을 지원할 수 있다. 교회나 성도들이 조합을 경유해 십시일반으로 갹출해서 돕는 한편 사업의 진행 상황 및 사업성과, 개선사항 등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다. 한국쪽방상담소협의회에 따르면 쪽방 주민의 월평균 수입은 4명중 3명(76%) 정도가 50만원 미만이다.
쪽방 주민의 90% 이상은 1인 가구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의 경우, 93.4%가 독거노인들이다. 최 사업국장은 “쪽방 주민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외로움”이라며 “물질적 지원도 필요한 도움이지만 꾸준한 ‘말벗’이 되어주는 것 또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쪽방촌 봉사나 지원에 처음 나서는 교회·단체의 경우, 쪽방 상담소를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분포한 쪽방상담소(표 참조)는 모두 10곳. 이 가운데 5곳이 서울에 위치해 있고, 부산(2곳)과 대구, 대전, 인천에도 각각 1곳이 활동 중이다. 일부(영등포·종로)는 운영 주체가 교회 및 교단이기도 하다. 이들 상담소의 최대 장점은 10∼20년 넘게 활동하고 있어 쪽방촌의 현황과 주민들의 형편, 필요한 지원 분야 등을 꿰뚫고 있다는 것.
영등포 쪽방 상담소를 25년 넘게 운영 중인 임명희 광야교회 목사는 “단순한 물품 전달이 아니라 쪽방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돕기 원한다면 쪽방 상담소를 통한 지원 사역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쪽방촌 주민을 위한 선교 차원에서도 한결 원활한 접근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쪽방 주민들을 위한 연극·영화 등 문화행사 관람과 쪽방 주민들을 위한 성경공부, 주거생활개선 등을 위한 빨래방 봉사 및 1대 1 결연 지원 등의 아이디어도 제안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