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스마트 세상에서 다르게 사는 이들

입력 2012-12-18 18:32


내일 자정이 되기 전에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의 이름을 알 수 있게 된다. 대선 회오리가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내 경우는 날선 언어가 사람들을 마구 후벼 파는 일 때문에 속히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과거에는 후보들이나 선거 관계자들이 언론을 통해 독한 말을 퍼부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매체를 외면하면 소나기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실시간으로 뉴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글을 볼 수 있게 된 지금, 이것저것 읽다 보면 흠씬 두드려 맞은 듯 녹초가 되고 만다.

무명인이든 유명인이든, 독자든 필자든, 학생이든 교수든, 인터넷 공간에다 배설하듯 독설을 마구 쏟아놓는 세상이다. SNS 시대를 맞아 본인의 신분과 사진을 다 드러내놓고 거침없이 발언하는 용감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맞춤법을 교묘하게 달리하여 욕을 습관적으로 섞는 것도 보편화되었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을 생각 없는 무뇌아로 취급하며 조롱하는 것도 예사이다.

책을 여러 권 낸 일부 저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이 매체에 글을 쓰거나 책을 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SNS에는 일단 내지르고 보는 게 그들의 버릇이다. 미확인 정보로 선동하는 일도 다반사가 되었다.

자신의 글을 발표하기 전에 수십 번 수정한다고 말했던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잘못된 정보로 선동했다가 사과하고 내리는 일을 단골로 하는 인사도 있어 ‘또야’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이다.

SNS의 묘미는 즉각성에 있다. 바로 댓글로 호응하면 대화를 나눈다는 착각에 빠져 점점 더 자극적인 글을 쓰게 되고, 비난과 욕도 대수롭지 않아지는 모양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도 선동의 효과가 일정 정도 발휘되니 이를 지능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초박빙으로 가면서 대선 후보들이 강도 높은 비방전을 펼치는 가운데 SNS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글 다루는 일이 직업인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로 선동하고 맞춤법을 변형시켜 욕을 내지르며 조롱하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여러 분야의 저자들이 SNS에 표현할 때도 종이 매체나 책에 쓸 때처럼 신중을 기한다면 스마트한 세상이 더욱 영리하고 현명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근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