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기막힌 사연 품고 이 땅 온 탈북아이들 희망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

입력 2012-12-18 18:20


우리의 소원은 통일/박경희 지음/홍성사

3년 전의 어느 가을 날, 내게 느닷없이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우리 학교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입니다. 가락동에 있고요. 지난 10년간 탈북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이뤄 온 기적 같은 이야기들을 글로 써 줄 작가를 찾던 중….”

임향자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에는 이상하게 절절함이 묻어 있었다. 그 절절한 목소리가 나를 탈북 아이들 곁으로 인도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탈북자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그런 내가 변화되어 탈북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은 은총이자 예비하심이 아닐 수 없다.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하늘꿈학교에 첫 발을 내딛던 날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머루 알처럼 검은 눈동자에 스키니 진 바지, 거기에 뾰족 구두까지 신은 여학생이 나를 교장실로 안내했다. 나에게 상큼한 미소를 남기고 가는 여학생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탈북 아이들은 왠지 촌스러울 것이란 고정관념이 산산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교장 선생님의 안내로 교실을 살펴보기 위해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 모습이 좀 전에 본 여학생과 다를 바 없었다.

글 쓸 자료를 얻기 위해 나는 매주 학교에 나가 이모저모를 살폈다. 선생님들은 나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응해 주었지만 아이들은 쉽게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답답했다. 선생님들과 상의 끝에 직접 글쓰기 지도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작가’와 얼굴을 맞대고 공부하는 게 신기하다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집밥’을 먹이며 상담도 해 주는 등의 관심을 보이며 소통을 이뤄 나갔다.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가는 아이들이었다.

봄, 가을로 ‘하늘꿈백일장’을 통해 나온 원고 속에는 아이들의 온갖 사연이 들어 있었다. 상처 없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꽃제비수용소에서 탈출을 꿈꾸다 죽을 뻔한 아이, 소를 잡아 팔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보는 앞에서 총살당해 처참하게 죽어가던 아빠의 모습을 그린 아이, 사선을 넘어 이 땅에 같이 온 할머니의 자살로 죽을 만큼 힘들다는 아이, 조선족에게 팔려가 아이까지 낳고 도망쳐 온 아이….

눈물겨운 사연을 읽을 때마다 내 가슴에는 무거운 돌탑이 쌓여 갔다. ‘그토록 기막힌 사연을 안고 이 땅에 온 아이들이 과연 지금은 행복할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꿈학교 선생님들이 왜 그토록 눈물로 아이들을 끌어안고 기도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는 글쓰기 수업 외에 하늘꿈학교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사에는 어디든 쫓아다녔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눈물은 내 아픔이 되었고, 그들의 웃음은 나의 기쁨이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 눈 속에 광채가 나기 시작했다. 그들 가슴 속에 하나님이 준 비전을 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늘꿈학교의 선생님들이 쏟아 부은 사랑의 힘이었다. 하늘꿈학교 선생님은 모두가 북한을 가슴에 품은 선교사나 다름없었다. 낮에는 최선을 다해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 밤에는 그룹 홈에서 엄마요, 아빠가 되어 24시간을 탈북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나는 엎드려 절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았다. 통일부가 뽑은 ‘국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1호’로 지정된 하늘꿈학교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의 헌신으로 이뤄낸 기적의 동산이다.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은, 조금 특별한 삶을 살아 온 탈북 아이들!’ 지난 3년간 이들을 만나오며 내린 결론이다. 나는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뜨겁고도 절절한 가슴으로 글을 썼다. 지금까지 전해진 탈북 수기처럼 도강이나 제3국을 향해 가며 겪은 아픔보다는 그 후의 삶을 보여 주고 싶었다. 하늘꿈학교에서 공부하는 70여 명의 탈북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용트림을 하는 모습을 그려나갔다. 이 책이 ‘통일을 잇는 작은 징검다리’가 되길 비는 마음으로. 그러므로 이 책은 나 개인의 것이 아닌, 탈북 아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담은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글=박경희 작가

박경희 작가

극동방송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인 ‘김혜자와 차 한 잔을’의 원고를 18년 동안 썼으며, 2006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소설집 ‘김학철 통일 빵집’을 비롯해 ‘분홍벽돌집’ ‘엄마는 감자꽃 향기’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이대로 감사합니다’ ‘천국을 수놓는 작은 손수건’ 등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