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받고 고리대출… 홈쇼핑 비리 얼룩
입력 2012-12-17 21:42
국내 대형 홈쇼핑업체 4곳의 직원들이 중소 납품업체의 ‘갑’으로 군림하며 방송 론칭 등의 대가로 뒷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업체들은 리베이트 비용을 상품 값에 포함시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봤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박근범)는 홈쇼핑 납품업체들로부터 방송 론칭과 황금시간대 편성 등 청탁을 받고 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N홈쇼핑 전직 MD 전모(33)씨 등 홈쇼핑 업체 직원 2명을 구속기소하고 H홈쇼핑 상품팀장 이모(39)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납품업체 관계자 10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홈쇼핑업체 직원들은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매달 200만∼600만원을 고정적으로 받거나 월 상품 매출액의 1∼4%가량을 리베이트 형식으로 받았다. 리베이트 비용이 월급 형태로 지급된 셈이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동생의 친구, 처형의 친구, 장인 회사의 직원 등 본인과 관계가 먼 사람들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받았다. 일부는 지인을 납품업체 컨설턴트나 모니터링 요원이라고 꾸민 뒤 합법적으로 돈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납품업체 내부정보를 제공받아 주식 거래를 한 직원도 있었다. 검찰은 홈쇼핑업체 직원들이 벤츠 등 고급 외제 리스차량 이용비를 납품업체에 대납시키거나 납품업체에 연 60%의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부당이득을 챙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MD가 납품업체 선정, 방송 시간대 편성, 수수료율 결정, 사은품 업체 선정 등 홈쇼핑 업무 일체에 관여하는 탓에 납품비리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구속 기소된 전씨가 최근 5년간 건강식품업체와 사은품업체 8곳으로부터 챙긴 돈만 4억7000여만원에 달했다. 방송본부장, 편성팀장, 상품팀장 등 방송 론칭 최종 결정권을 지닌 직원들도 관행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해 납품업체들은 2중 3중으로 돈을 상납해야 했다. 검찰은 이들이 얻은 범죄수익금 9억2886만원을 환수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