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미발굴 시 3편, 동시·동화 등 찾았다
입력 2012-12-17 22:14
“월명포에 밤이 깊었도다/ 연일 고전(苦戰)에 피곤한 장사들은/ 깊이 잠들고 콧소리 높도다/ (중략)/ 군영에 누워 자는 우리 영웅/ 고금에 없고 세계에 다시없는 우리 영웅/ (중략)/ 이 누군가?/ 우리 영웅 충무공 이순신!”(‘우리 영웅’ 1∼2연 부분)
춘원 이광수(1892∼1950·사진)가 잡지 ‘소년’ 1910년 3월호에 게재한 충무공 이순신 찬양 시의 일부이다. 서지학자 김종욱씨는 문예지 ‘연인’ 2012년 겨울호에 이광수의 장시 ‘우리 영웅’ ‘나는 독립국 자유민이다’와 산문시 ‘허생전’을 비롯해 동시와 동화 등을 발굴, 공개했다. ‘우리 영웅’은 모두 7연 76행으로, 비교적 짧은 장시 형태다. 특히 4연의 “나의 선조가 나고 자라고/ 죽어서도 그 몸을 묻은 이 땅-내 나라!”라는 구절은 조국애를 고취시키는 계몽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삼천리’ 복간 4호(1948년)에 게재된 ‘나는 독립국 자유민이다’는 대표적인 친일 문학인으로 분류되는 춘원이 북벌정책을 펼친 조선 효종대왕의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일제 침략을 비판하는 애국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내가 나기는 대청(大淸) 광서(光緖) 몇 년/ 남한산성의 욕을 시츠랴던/ 효종대왕의 뜻이 못 일우어/ 이백 년 남아 대청 연호를 썼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기미년 3월 1일 만세사건과 중국 상해 임시정부를 거쳐 해방을 맞았으나 이내 남북분단으로 치닫고 만 현실을 이렇게 한탄하고 있다. “해방은 기쁘나 남의 덕이 슬프다/ 곧 될 줄 안 독립은/ 삼년을 끌었다/ 일본 쫓은 미군이 온 것은 몰라도/ 난데없는 개평꾼 아라사는 웬일고?/ 원수의 삼팔선은 무엇 땜에 생긴 것?”
‘새별’ 12호(1915년 2월호)에 실린 산문시 ‘허생전’ 역시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한 애국시의 성격이 담겨 있다. 또 잡지 ‘아이생활’ 136호(1937년 7월호)에 실린 동시 ‘산으로 바다로’와 잡지 ‘소년’ 2권 1호(1938년 1월호)에 실린 ‘자장노래’는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유한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는 “이 작품들을 통해 춘원이 계몽주의 문학관으로 철저히 무장된 작가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