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총기 희생 참을수 없어… 비극 끝내자”
입력 2012-12-17 18:5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참사 현장인 코네티컷주 뉴타운에서 열린 철야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DC에서 전용기를 타고 오면서 연설문을 작성했다.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느니라”라는 신약성서 고린도후서 4장 16절부터 5장 1절까지를 인용하면서 시작한 연설은 격정적이면서 단호했다.
“모든 국민의 사랑과 기도를 전하기 위해 제가 여기 뉴타운에 왔습니다. 어떤 말로도 여러분의 슬픔을 갈음할 수 없겠지만 ··· 이 땅의 모든 이들이 우리의 아이를 꼭 끌어안고 함께 울었습니다.”
오바마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You are not alone)”란 말을 거듭했다.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과 이들을 지키다 숨진 교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지난 14일 이곳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사건으로 6∼7세 어린이 20명과 교사 6명이 희생됐다. 모친도 살해한 범인 애덤 랜자는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절규했다.
“대통령으로서 네 번째 총기 사건 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끊임없이 총기 사건이 일어나 어린이들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이 비극을 반드시 끝내야 합니다. 반드시 바꿔야 합니다. 법 하나 바꾼다고 이 세상의 모든 악행을 제거할 순 없겠지만,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 앞으로 몇 주 동안 저는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 정신건강전문가, 부모, 교육자들이 모두 이 비극을 막는 데 힘을 모으게 할 것입니다.”
민주당도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3대 의회에서 총기 규제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공격용 무기가 거리에서 사라지게 만들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1994년 공격용 무기판매 금지법이 제정됐으나 2004년 의회의 연장 거부로 효력이 중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선거에서는 이 법의 부활을 지지했으나 올해 선거에선 “폭력 문화를 근절하는 근본 대책이 더 중요하다”며 후퇴했었다.
뉴타운에서 추모식이 열리는 동안 미국 전역은 슬픔에 잠겼다. 뉴타운의 일부 주민들은 집 앞의 성탄 장식을 떼어내기도 했고, 일부 학생들은 샌디훅을 상징하는 초록색과 흰색의 옷을 입고 등교했다.
추모식에서 총기 사건으로 여섯 살 딸 에밀리를 잃은 아버지 로비 파커(30)는 피해자 가족을 대표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비극을 통해 우리가 더 겸손해지고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게 해 달라. ··· 가해자의 가족에게도 이 일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할 수 없지만, 우리가 사랑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에밀리 가족을 돕기 위해 개설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당신이 보여준 사랑과 용서의 정신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샌디훅 초등학교는 17일에도 문을 열지 못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