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신 자초한 경찰, 억지 부리는 민주당

입력 2012-12-17 18:39

‘국정원 여직원 사건’ 논란 보기 민망하다

민주통합당이 제기한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개인 컴퓨터 2대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거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자 민주당이 총체적 부실수사이며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역공에 나선 것이다. 국정원은 김씨를 미행하고 감금한 민주당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새누리당은 문 후보 캠프의 실패한 선거공작이라고 몰아붙였다. 막판 부동층을 흡수하기 위한 여야의 총력전에 경찰과 국정원이 뒤엉킨 모양새다.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면 경찰이나 민주당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의 경우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간부터 문제다. 박 후보와 문 후보가 3차 TV토론에서 국정원 여직원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직후인 오후 11시 경찰이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김씨 컴퓨터를 정밀 분석했으나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와 타인의 컴퓨터를 통한 댓글 여부는 조사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씨가 컴퓨터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IP에 대한 부분도 수사하지 못했다. 경찰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민감한 사건이라 분석 결과가 나온 즉시 알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도 아닌데 한밤중에 부랴부랴 발표한 점은 영 석연치 않다. 그래놓고 17일 “김씨가 스마트폰이나 다른 컴퓨터를 이용해 댓글을 달았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거나 “필요하면 김씨를 재소환해 수사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킨 꼴이다.

민주당은 경찰 발표를 정치중립 의무를 어긴 선거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관권선거 의혹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경찰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은 청와대 지시가 있었거나 박 후보 캠프와 관련돼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을 선거판에 끌어들인 장본인은 바로 민주당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에, 무슨 내용의 댓글을 올렸는지 아무런 증거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국정원 여직원 뒤를 캐고 여직원 차량과 고의로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지난 12일에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난하며 국정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다른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개입 활동 증거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빙의 승부를 겨루고 있는 민주당의 다급한 입장은 이해가 되나 근거 없이 관권선거라고 공격하는 자세는 곤란하다.

경찰 수사는 아직 미완이다. 경찰은 앞으로 수사결과 발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민주당은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차분히 지켜보는 게 도리다. 국정원은 ‘심리정보국을 확대 개편해 인터넷 댓글공작을 펴고 있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분명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권력기관을 악용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