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아베 정권의 환율전쟁에 대비해야
입력 2012-12-17 18:37
일본 자민당이 어제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본격적인 엔저(低)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잃어버린 20년’으로 상징되는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며 공격적 양적완화(돈 풀기)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공공투자 확대를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건설국채를 일본은행이 직접 매입하겠다는 초법적 구상도 내놨다.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3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5%를 기록하는 등 장기간 침체 늪에서 허덕대는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26일 출범하면 실제 이 같은 공약들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가 아베식 무제한 양적완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내년 4월 교체되면 이를 막을 사람은 없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내년을 ‘엔화 약세의 해’로 규정했다.
엔화약세는 해외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가뜩이나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에다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달러가 밀려들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팔라 걱정인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연초 1148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어제 1072.5원에 마감돼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수출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이 달러당 1102원이라는 한국무역보험공사 분석을 감안하면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미 수출 중소기업들은 이익을 못 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원·엔 환율도 올해 초 1494원대에서 1274.69원을 기록해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일본의 무제한 돈 살포는 조금씩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미국을 부추겨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 2010년 환율전쟁으로 이미 글로벌 경제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후폭풍을 겪었다.
또한 일본의 국채발행은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일본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30%를 넘어 위험수위다. 유럽 재정위기가 일본으로 전이된다면 글로벌 경제는 감당하지 못할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달러약세와 엔화약세를 동시에 겪어야 하는 우리는 국내외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야 한다. 1차 환율전쟁을 치르면서 정부는 외화건전성 부담금 부과,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선물환 포지션 한도규제 등 규제책을 마련했지만 이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