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댓글 분석해보니… ‘꾼’들 기승, 與野 선전·비방 수두룩
입력 2012-12-17 18:35
대선을 하루 앞두고 인터넷 댓글을 통한 후보 선전·비방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포털 사이트 정치 뉴스 중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대부분 지속적으로 올리는 ‘댓글 꾼’이 작성하는 글인 것으로 나타났다.
A포털사이트 걸려 있는 뉴스 캐스트 댓글을 17일 분석한 결과, 같은 내용을 복사해서 퍼나르기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bum***’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5일간 같은 내용의 글을 총 18건 올렸다. 이 네티즌은 ‘박-문 네거티브 수렁’, ‘김소연 대선후보 경찰에 얼굴 맞아 논란’, ‘금융정책 공약분석’ 등 대선 관련 기사에 같은 댓글을 반복적으로 달았다. 이 네티즌이 남긴 글은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내용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이었다. 이 네티즌은 이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댓글을 8개 올렸다. 모두 대선 관련 뉴스 기사에 반복적으로 쓴 것으로,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내용을 올렸다. 해당 댓글에 총 100여건의 추천을 받았다.
‘가면***’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관련 기사에 ‘민주당의 전형적인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내용의 글을 똑같이 복사해 총 8개의 댓글을 달았다. 이 네티즌 역시 대선 기사에 같은 댓글을 반복적으로 달았다. 그는 안철수 전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19개 남기기도 했다.
B포털사이트도 마찬가지였다. ‘goha****’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여당의 ‘SNS 불법 선거 운동’에 관한 기사에서 문 후보를 옹호하는 글을 남겼다. 이 네티즌은 비슷한 내용의 정치 기사에도 ‘박 후보의 교육, 의료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그가 남긴 댓글은 추천을 많이 받는 ‘베플(베스트 댓글)’ 전 단계인 ‘예비 베플’이 되기도 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댓글 꾼’이 늘어나면서 ‘네이버는 진보, 네이트·다음은 보수’라는 새로운 포털 이념 지도가 생기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포털 사이트에 특정 당을 찬양하는 댓글 일색인데, 계속해서 비추(비추천)를 눌러도 베스트 댓글로 선정된다”며 “네티즌들이 반복적으로 글을 남겨 포털 댓글을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표출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많은 네티즌들이 이런 구조를 알기 때문에 영향력이 커지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